(뉴델리=연합뉴스) 유창엽 특파원 = 인도 대법원이 총선을 2개월가량 앞두고 개인이나 기업이 익명으로 정당에 무제한 기부할 수 있도록 해 논란이 야기돼온 기부금 제도의 폐지를 명령했다.
대법원은 15일(현지시간) 이른바 '선거 채권' 제도는 위헌적이고 정부가 가진 정보에 대한 시민들의 접근권을 침해한다며 제도를 운영해온 인도 국영 '스테이트뱅크오브인디아'(SBI)에 채권발행 중단을 명령했다고 현지 매체와 AP통신 등이 전했다.
또 SBI가 선거관리위원회에 기부자 정보도 제공하라고 명령했다.
이 제도는 2017년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이끄는 인도국민당(BJP)이 도입한 것으로, 정당들은 채권을 통해 받은 기부금 액수만 공개하고 기부자 정보는 밝히지 않는 게 허용됐다.
채권은 액면가 1천루피(약 1만6천원)에서 1천만루피로 여러 종류가 있다.
제도가 도입되기 전에는 정당들은 2만루피 이상을 기부받은 개인이나 기업의 정보를 공개하게 돼 있었다.
BJP는 이 제도의 도입으로 기부자들이 현금을 사용하지 않도록 함으로써 기부금 제도를 개혁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비판론자들은 기부금의 익명성 때문에 제도가 불투명하게 운영되고 SBI가 제도를 통해 얻은 기부자와 수령자 정보에 대해 정부가 쉽게 접근해 기부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4∼5월 총선을 앞두고 나온 것으로 제도의 최대 수혜자로 알려진 BJP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BJP가 자금원이 다양해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인도 선거감시단체인 민주개혁협회(ADR)에 따르면 익명의 기부자들은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정당들에 19억달러(약 2조5천억원) 이상을 전달했다.
또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제공된 기부금의 약 57%는 BJP에 갔고, 제1야당인 인도국민회의(INC)에 전달된 기부금은 10%에 불과했다
기부금을 받을 수 있는 정당은 직전 총선이나 주의회 선거를 통해 최소 1%의 득표율을 기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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