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외교부, 등 돌린 솔로몬제도와 재수교 가능성에 "전제조건 없다"
(타이베이·서울=연합뉴스) 김철문 통신원 인교준 기자 = 남태평양 섬나라인 팔라우의 수랭걸 휩스 대통령이 "대만과의 단교 대가로 관광 수익을 주겠다"는 중국의 제안을 공개했다.
16일 대만 연합보와 중앙통신사(CNA) 등에 따르면 미국 싱크탱크 민주주의수호재단의 클레오 파스칼 연구원은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수랭걸 휩스 팔라우 대통령이 지난 9일 미국의 한 상원의원에게 보낸 이 같은 내용의 서한을 게재했다.
이 서한에는 중국이 이미 자국의 민간 관광객들이 팔라우의 모든 호텔을 채웠으며 팔라우가 호텔을 더 짓는다면 더 채우도록 하는 한편 매년 2천만달러(약 266억원)를 지원해 팔라우에 2에이커(약 8천94㎡) 규모의 콜센터를 건설해 운영토록 할 것이라면서 미국 및 대만과의 단교를 제안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휩스 대통령은 이어 "팔라우가 주변 수로는 물론 미국 하와이와 아시아 간 해상·영공에 대한 전략적 통제권을 미국에 제공하고 있는 것을 중국이 탐내고 있다"면서 미국에 팔라우와 자유연합협정(COFA) 연장 절차를 조속히 매듭지으라고 촉구했다.
COFA는 미국이 경제 원조를 제공하는 대신 해당국에 미군이 공중, 해상, 육지로 접근할 권한을 갖기로 한 협정이다. 미국은 남태평양 섬나라 중에서 마셜제도 이외에 미크로네시아, 팔라우와도 이 협정을 체결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작년 5월 팔라우와도 COFA 연장에 합의했으나, 아직 미 의회를 통과하지 못해 관련 예산이 집행되지 못한 상태다.
대만 외교부는 팔라우 대통령 서한이 전날 공개된 이후 성명을 통해 중국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팔라우와 평화, 번영, 안정을 지속해서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특히 대만이 팔라우를 포함한 태평양 국가들의 관광 개발을 지원해왔다면서 앞으로도 그런 노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휩스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라이칭더 대만 총통 당선인에게 전화를 걸어 축하하는 한편 양국 관계가 안정적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앞서 작년 10월 휩스 대통령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중국이 대만과 단교하지 않으면 중국 관광객의 팔라우 방문이 중단될 것이라고 위협했다고 밝혀 관심을 끌었다.
필리핀 동쪽이자 파푸아뉴기니 북쪽에 위치한 면적 459㎢의 섬나라인 팔라우는 2020년 현재 인구가 1만8천여명에 불과한 소국이다.
팔라우 정부에 따르면 2008년 현재 중국 관광객은 634명으로 전체의 1%도 되지 않았으나, 2015년에는 9만1천명 이상으로 전체의 54%로 증가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중국은 2017년부터 수교 요청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팔라우를 찾는 자국민 수를 조절하는 방법으로 팔라우를 위협하는가 하면 부동산을 대거 사들인 뒤 개발 여부로 현지 경제를 쥐락펴락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편, 대만 외교부는 2019년 중국과 수교한 솔로몬제도가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대만과의 국교 회복 가능성을 비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대만은 항상 개방적이고 전제조건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은 민진당의 3연임 집권이 성사된 라이칭더 총통 당선 이틀만인 지난달 15일 남태평양 섬나라 나우루가 대만과 단교를 선언토록 하기도 했다.
중국의 '금전외교'로 지난 8년간 나우루를 포함해 상투메 프린시페, 파나마, 도미니카공화국, 부르키나파소, 엘살바도르, 솔로몬제도, 키리바시, 니카라과, 온두라스 등 10개국이 대만에 등을 돌렸다.
현재 대만 수교국은 과테말라와 파라과이 이외에 교황청, 벨리즈, 에스와티니, 아이티, 팔라우, 마셜군도, 세인트키츠네비스, 세인트루시아, 세인트빈센트 그레나딘, 투발루 등 12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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