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색적 분석에 '은행 예치금 가치의 급속한 조정' 시나리오 포함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대형 은행들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하면서 작년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 당시와 유사한 시나리오를 포함하기로 했다.
연준은 15일(현지시간) 올해 32개 대형 은행을 대상으로 경제충격 대응 능력을 평가하는 연례 스트레스 테스트를 진행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고 블룸버그·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은행들이 전통적인 테스트 범위를 넘어선 위험에 대응하는 능력도 평가하기 위해 은행 시스템에 대한 추가적인 '탐색적(exploratory) 분석'을 포함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SVB와 시그니처은행 등 지역은행 붕괴로 은행의 재정 건전성 우려가 제기됐던 지난해 3월 상황과 유사하게 대형 은행들의 예치금 상당 부분 가치가 빠르게 재조정되는 시나리오에 대해 평가하기로 했다.
앞서 SVB는 예치금으로 미국 장기 국채 등에 투자했는데, 기준금리 인상으로 유동성이 마른 기업들이 예치금을 인출해가자 자금 마련을 위해 보유 국채 매각에 나섰다. 하지만 고금리에 따른 국채 가격 하락으로 손실을 봤고 결국 파산에 이르렀다.
게다가 최근에는 뉴욕커뮤니티뱅코프(NYCB)가 상업용 부동산 부문 손실을 공개하며 주가가 급락, 지역은행과 상업용 부동산 대출에 대한 우려가 다시 거론되는 상황이기도 하다.
한편 올해 주요 평가 시나리오는 전반적으로 지난해와 유사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올해는 상업용 부동산 가격과 주택가격이 각각 40%와 36% 하락하고, 실업률이 6.5∼10% 수준으로 오르는 상황을 가정한 시나리오가 포함됐다.
초대형 은행들을 대상으로 한 탐색적 분석에는 5대 헤지펀드가 붕괴하는 시나리오도 포함됐으며, 이러한 탐색적 분석 결과는 은행들의 향후 자본 요건 등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연준은 향후 몇 달간 테스트를 진행하고 6월에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각 은행의 평가점수는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에도 영향을 끼치는 만큼 미 월가에서도 테스트에 대해 주시하고 있다.
스트레스 테스트는 2007∼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행됐으며 경기침체 시나리오에서 예상되는 은행 손실과 매출, 비용 및 그에 따른 자본 수준 등을 평가한다.
지난해 테스트에서는 23개 은행이 총 5천410억달러(약 721조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전망됐지만 모두 최소 자본 요건을 충족했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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