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프랑스 "올해 방위비 목표치 달성할 것"
폴란드는 지난 10년간 병력 규모 두배 늘려
나토 "방위비 목표 달성 회원국 18개국으로 첫 과반될 것"
"미국 없이 스스로 방어 못한다는 불편한 진실 드러나"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미국 공화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들을 겨냥해 방위비 공세를 이어가면서 유럽 각국은 병력을 늘리고 국방 예산을 증액하는 등 다급히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국방장관 회의에서 각국은 앞다퉈 자국의 방위비 증액을 부각했다.
세바스티앙 르코르뉘 프랑스 국방장관은 "2024년 프랑스가 나토가 제시한 국내총생산(GDP) 대비 2% 방위비 목표치를 달성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도 "독일은 다른 17개국과 함께 올해 합의된 (GDP의) 2%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dpa 통신은 독일이 1992년 이후 처음으로 국방예산이 GDP의 2%를 넘게 되는 것이라고 짚었다.
나토도 전날 별도 보도자료를 통해 올해 GDP 2% 목표 달성 회원국이 31개국 중 18개국으로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설 것이라고 발표했다.
폴란드의 경우 올해 국방비가 GDP의 3%를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되며, GDP의 4%를 찍을 수 있다는 추정치도 있다.
폴란드는 지난 10년간 병력 규모를 두배 가량 늘렸고, 나아가 현재 20만명인 병력을 유럽 나토 회원국 중 최대 규모인 30만명으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 "우리 스스로 나토 억지력의 신뢰성을 훼손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던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회의에서 '대서양 동맹'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또 "미국 내에서 제기된 비판은 주로 나토 자체가 아니라 충분한 기여를 하지 않는 일부 회원국에 대한 것"이라며 "그러나 지난 몇 년간 캐나다와 유럽 전역의 방위비 지출이 증가하며 상황이 정말 달라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방 예산 증액만으로는 현재 유럽이 처한 문제를 마법처럼 해결하지 못한다고 미국 CNN 방송은 지적했다.
유럽은 냉전 이후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경우 미국이 와서 도와줄 것으로 생각하고 안주해왔으며, 미국 없이는 결코 스스로 방어하지 못한다는 것이 불편한 진실이라는 것이다.
CNN은 유럽은 더 작은 군대와 불충분한 무기, 줄어드는 탄약 비축량 등 여러 문제를 겪고 있으며, 유럽 안보 부문에서 아주 최근까지 이어져온 이 같은 실수를 부인할 사람은 없다고 지적했다.
CNN은 트럼프 전 대통령 발언의 핵심은 이 같은 불편한 진실을 담고 있어 유럽에는 고통스러운 것이라고 평가했다.
과거 재임기에도 유럽 국가들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거듭 주장하며 방위비 증액을 압박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0일 유세에서 나토 회원국들이 방위비를 충분히 부담하지 않을 경우 러시아가 이들을 공격하도록 독려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동맹국들을 발칵 뒤집어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4일에는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백악관으로 복귀하면 방위비 지출 목표를 충족하지 못한 나토 회원국을 지켜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토 당국자들은 유럽이 안보에 다시 관심을 갖게 된 상황을 효율적으로 만들려면 동맹국 간 조율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일부는 방위비 지출 목표는 상한선이 아니라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토는 방위비에 다양한 것을 포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 유럽 안보 당국자는 "군인연금은 유용하지만 그것으로 러시아인을 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CNN은 "서방은 변했다. 세계를 보호하는 미국과 냉전 후 질서에 대한 이전의 생각은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유럽은 시대에 맞춰 변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평가했다.
유럽연합(EU) 행정부 수장 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도 15일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세계는 더 거칠어졌다"면서 EU는 인센티브제공 등을 통해 유럽 방위 산업을 장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EU 집행위가 코로나19 백신 생산을 촉진하고 가스 공동 구매를 위해 예산을 이용했던 경험을 토대로 방위 산업 전략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달 공개될 이번 계획에는 EU 예산을 이용해 회원국들의 무기 공동 계약에 대는 자금을 늘리고 유럽 제품을 구매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있다고 당국자들은 전했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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