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산책 후 쓰러져 사망", 측근들 "이틀 전에 괜찮았다"
반체제 운동 주도 30년 이상 징역형…2021년 1월부터 수감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러시아에서 반정부 운동을 펼쳐왔던 야권 정치인 알렉세이 나발니(47)가 16일(현지시간) 수감 중 사망했다.
러시아 연방 교도소 당국은 이날 나발니가 러시아 최북단 시베리아 지역 야말로네네츠 자치구 제3 교도소에서 사망했다고 밝혔다.
당국은 "나발니가 산책 후 몸 상태가 좋지 않았고 거의 즉시 의식을 잃었다"며 의료진이 응급조치했지만 나발니의 사망을 확인했으며 절차에 따라 정확한 사인을 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나발니는 2011년 창설한 반부패재단을 통해 러시아 고위 관료들의 부정부패를 폭로하며 반정부 운동을 주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꼽혔다.
반부패재단, 시민권리보호재단, 나발니본부 등 그가 설립한 단체는 러시아 당국에 '극단주의 조직'으로 지정됐다.
그는 불법 금품 취득, 극단주의 활동, 사기 등 혐의로 총 30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2021년 1월부터 복역 중이었다.
푸틴 대통령의 5선이 유력한 대통령 선거(3월 15∼17일)를 한 달 앞두고 급작스럽게 전해진 사망 소식에 나발니의 측근들은 그의 최근 건강 상태가 좋았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나발니의 변호사 키라 야르미시는 나발니의 사망에 관해 확인된 것이 없다며 상황 파악을 위해 교도소로 향하고 있다고 텔레그램을 통해 밝혔다.
레오니트 솔로비요프 변호사는 독립 언론 '노바야 가제타'에 "이틀 전(14일) 나발니를 면회했지만, 그때는 모든 것이 괜찮았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의 반정부 인사들과 해외 지도자들도 러시아 정부의 탄압이 나발니의 사망으로 이어졌다고 비판했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지방법원은 전날 나발니가 화상으로 열린 심리에 참석했으며, 건강상 문제는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심지어 나발니는 판사에게 "당신의 많은 월급으로 나의 계좌를 따뜻하게 해달라"고 농담하기도 했다.
제3 교도소가 있는 하르프 지역의 공공감독위원장 다닐라 곤타르도 "나발니에게 건강상 문제는 없었다"고 전했다. 이 지역 병원 관계자는 나발니가 쓰러진 뒤 7분 이내에 구급 요원들이 도착했고, 30분 이상 심폐소생술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크렘린궁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나발니의 사망 사실을 보고했다면서 "사인을 규명해야 할 책임은 의료진에 있다"고 발표했다.
현지 언론들은 나발니가 중독으로 인한 혈전 문제로 사망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나발니는 2020년 8월 국내선 비행기에서 독극물 증세로 쓰러져 독일 병원에서 치료받은 뒤 귀국하자마자 구속기소 돼 제대로 몸을 회복하지 못했다.
나발니가 사망한 제3 교도소는 추위 등 혹독한 환경으로 악명 높아 '북극의 늑대'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그는 모스크바에서 약 235㎞ 떨어진 멜레코보에 있는 제6 교도소에 수감됐다가 지난해 12월 이 교도소로 이감됐다.
당시 나발니는 약 3주간 행방불명 상태였다가 나중에 이감 사실이 밝혀졌는데, 이를 두고 나발니 측근들은 러시아 당국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그를 격리하기 위해 이같이 조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발니는 푸틴 대통령이 부패에 의존하는 취약한 개인 통치 체제를 구축했기 때문에 러시아가 정치적 혼란에 직면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2021년에는 푸틴 대통령의 '비밀 궁전'이 있다고 주장하는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나발니의 아내 율리아 나발나야는 뮌헨안보회의에서 "푸틴과 그의 정부는 끊임없이 거짓말을 하기 때문에 남편의 사망을 확신할 수 없다"면서도 "정말 죽었다면 그들이 우리나라와 내 가족, 남편에게 저지른 일에 대한 벌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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