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넘는 집권 기간 반체제 인사, 정적 '의문사' 잇달아
크렘린궁은 개입설 일관되게 부인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러시아 야권 정치인 알렉세이 나발니가 16일(현지시간) 옥중 의문사하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이 또 한명 사라졌다.
러시아 측은 나발니에 대한 응급 구조 등 필요한 조처를 했다는 입장이지만 서방에선 이번에도 푸틴 정권이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분란을 일으킬 수 있는 정적을 제거한 것이라는 의문이 불거지고 있다.
실제 푸틴 대통령이 20년 넘게 집권하는 동안 수많은 반대자가 의문사하거나 투옥되는 처지에 놓였다.
푸틴 대통령을 배후로 의심하는 대표적 사건은 2006년 11월 발생한 '홍차 독살 사건'이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요원이었던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는 푸틴 대통령이 FSB 수장이던 1998년 연방보안국의 부정부패를 폭로했다.
이후 2000년 영국으로 망명한 뒤에도 푸틴 정권 비판 운동을 이어갔다.
그는 2006년 11월 런던의 한 호텔에서 전 러시아 정보 요원 2명을 만나 홍차를 마신 뒤 3주 만에 사망했는데 부검 결과 그의 체내에선 방사성 물질인 폴로늄이 발견됐다.
이후 수사에서 그가 마신 홍차 찻잔에서도 폴로늄이 발견돼 러시아 당국의 개입 의혹이 강하게 제기됐다.
그에 앞서 푸틴 대통령의 생일인 10월 7일엔 언론인 안나 폴릿콥스카야가 자기 아파트 건물 로비에서 총에 맞아 숨졌다. 그는 사망 전까지 체첸에서 벌어진 인권 침해와 부정부패를 파헤치고 있었다.
2013년에 발생한 러시아 올리가르히(신흥재벌) 보리스 베레조프스키의 사망 사건 역시 의문사로 남아 있다.
2000년 영국으로 망명한 베레조프스키는 런던 부촌의 자택 욕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자신의 자동차에 설치된 폭탄이 폭발해 운전사가 숨지는 등 여러 차례 암살 위기를 넘긴 적도 있다.
2015년엔 보리스 넴초프 전 부총리가 밤에 집에 들어가던 중 크렘린궁에서 불과 몇m 떨어진 다리 위에서 총에 맞아 숨졌다. 그 역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군사 개입을 비판하는 등 반정부 시위를 이끌던 인물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도 이런 의문사는 이어졌다.
러시아 최대 민영 석유업체인 루크오일의 라빌 마가노프 회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다가 그해 9월 모스크바의 한 병원 6층 창문에서 추락해 숨졌다.
지난해 8월엔 용병 기업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전용기를 타고 이동하다 추락사고로 사망했다. 그는 두 달 전 푸틴 대통령을 상대로 무장 반란을 일으켜 크렘린궁에 위협적인 인물로 부상했었다.
이들 외에 포브스의 러시아 편집장이었던 폴 클레브니코프는 2004년 모스크바에서 차를 타고 달리던 괴한들의 총에 맞아 사망했고, 역시 체첸의 인권 문제를 비판해 온 운동가 나탈리아 에스테미로바는 2009년 7월 체첸 수도 그로즈니의 집 근처에서 납치됐다가 몇 시간 후 머리와 가슴에 총상을 입은 채 삼림지대에서 발견됐다.
푸틴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비판하던 전 러시아 정치인 데니스 보로넨코프는 2016년 우크라이나로 망명한 후 이듬해 3월 키이우에서 대낮에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
과거 러시아 군사 정보국 대령이었던 세르게이 스크리팔은 영국에서 2018년 3월 딸과 함께 신경작용제 노비촉에 중독됐으나 다행히 살아남았다.
이같은 모든 의문사에 대해 크렘린궁은 지시·개입 의혹을 일관되게 부인했다.
s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