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문서 "죄책감·반성 기미 전혀없는 피고들…병적인 수준" 직격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트럼프 그룹의 자산가치 조작 의혹에 대한 뉴욕 맨해튼지방법원의 재판에서 아서 엔고론 판사는 16일(현지시간) 트럼프 일가에 3억6천400만 달러(약 4천800억원)라는 '벌금 폭탄'을 안겼다.
억만장자라는 사실을 자랑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도 재정적인 부담이 될 수 있을 정도로 큰 액수다.
뉴욕타임스(NYT) 등 현지 언론은 재판 과정에서 엔고론 판사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비교적 관대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 주목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피고석에 앉힌 채 부드럽게 재판을 진행했지만, 판결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무거웠다는 것이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판 과정에서 엔고론 판사의 명령을 따르지 않고, 무시하는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였다.
지난달 최후진술 때도 "법률적인 문제와 사실에 대해서만 발언하라"는 엔고론 판사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재판은 정치적 마녀사냥"이라며 검찰에 대한 보복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엔고론 판사가 주의를 줬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내 이야기를 1분 정도도 듣지 못하겠다는 것이냐"라고 따지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변호인도 마찬가지였다.
최후변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크리스토퍼 카이스는 엔고론 판사를 향해 "앞으로 당신 평판을 생각하라"고 발언하는 등 공격적인 태도를 보였다.
당시 직접 반응을 자제했던 엔고론 판사는 이날 92페이지에 달하는 판결문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벌금 폭탄과 함께 트럼프 일가의 잘못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엔고론 판사는 판결문에서 "피고들은 죄책감과 반성의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는 거의 병적인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자산 부풀리기로 인해 은행 등 누구도 피해를 보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데에 대해서도 반론을 폈다.
엔고론 판사는 미국 최대의 다단계 금융 사기를 저지른 버나드 메이도프를 언급하면서 "도널드 트럼프가 그런 죄를 짓지는 않았다"라며 "그렇지만 트럼프 일가는 잘못을 저질렀고,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약 20년간 뉴욕시에서 판사로 재직한 그는 로스쿨 입학 전에 택시 운전사와 밴드의 드럼 연주자로 생계를 꾸렸다는 독특한 경력을 갖고 있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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