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계 이민자들, 러 대사관 등에 몰려가 푸틴 비판
"푸틴을 국제형사재판소로" "나발니 살해당해"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러시아 반정부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시베리아 감옥에서 갑작스럽게 숨졌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유럽 전역에서 러시아 이민자들을 중심으로 추모 집회가 열렸다.
참석자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살인자"라고 부르고, "러시아가 살인을 저지른다"고 외치면서 푸틴 대통령을 강하게 비난했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 AFP 통신에 따르면, 독일 베를린에서는 경찰 추산 500∼600명이 러시아 대사관 앞에 나발니의 사진과 꽃을 놓고 촛불을 켠 채 러시아의 대표적인 야권 정치인이었던 나발니를 추모했다.
모인 사람들은 국제형사재판소가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했다는 사실을 의식한 듯 "푸틴을 헤이그로", "살인자를 잡아넣어라"라고 외쳤다.
참석자 대부분은 러시아어를 구사했고, 러시아인이 반전 시위에서 사용하는 '백청백기'(러시아 국기에서 맨 아래 적색을 백색으로 바꾼 깃발)를 들거나 몸에 두른 사람도 있었다.
독일 내 '자유 나발니' 운동에 관여하는 에브게니 시로킨은 나발니의 흑백 사진을 들고 "심정적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이 사건은 우리가 계속 일하고 푸틴에 맞서 투쟁하도록 만든다"고 말했다.
런던 주재 러시아 대사관 앞에서도 100여명이 '푸틴은 전범'이라고 쓴 플래카드를 들고 집회를 열었다.
폴란드 바르샤바 내 러시아 대사관 앞에도 100여명이 모였고 스위스 취리히 기차역과 제네바 유엔 건물 앞에도 각각 300여명과 100여명이 모여 나발니를 추모했다.
이 밖에 파리, 로마, 암스테르담, 바르셀로나, 헤이그, 리스본 등 유럽 전역에서 푸틴 대통령을 비난하는 집회가 열렸다.
파리 집회에 나온 나탈리아 모로조프는 나발니는 "희망의 상징"이었다며 "우리는 더 이상 미래의 아름다운 러시아에 대한 희망을 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대서양 반대편 미국에서도 충격을 받은 러시아인들이 모였다.
뉴욕 러시아 영사관 앞 집회에 나온 비올레타 소볼레바는 "나발니가 러시아를 더 나은 미래로 이끌 것으로 믿었는데 우리는 미래를 영원히 잃었다"고 슬픔을 표했다.
해외에서 망명 중인 반정부 운동가들도 푸틴 대통령에게 비난을 쏟아냈다.
전 하원의원이자 반정부 활동가인 드미트리 구드코프는 SNS에서 "정말 악몽이다. 알렉세이의 죽음은 살인이며 푸틴이 조직한 것"이라며 "알렉세이가 '자연적' 원인으로 사망했다 하더라도 그것은 감옥에서의 중독과 추가적인 고문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의 유명 작가 보리스 아쿠닌은 AFP 통신에 "나발니는 죽었고 불멸의 존재가 되었다"며 "그는 결국 푸틴 대통령을 묻어버릴 것이다. 살해된 나발니는 살아있는 나발니보다 독재자에게 더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꼽혀 온 러시아 야권 지도자 나발니는 30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러시아 최북단 시베리아 지역 야말로네네츠 자치구 제3 교도소에서 16일 사망했다.
그가 혹독한 환경의 교도소에서 갑자기 사망했다는 발표가 나오자 러시아 내부도 술렁거리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나발니 사망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책임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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