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발니 옥사는 러 야권·자유 반전 활동가들에 큰 타격"
투옥·사망·해외도피…푸틴, 우크라전 후 정적탄압 강화
용인되던 거리시위도 실종…일반시민마저도 단속 대상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대 정적이었던 알렉세이 나발니가 16일(현지시간) 시베리아 감옥에서 돌연 사망하면서 이제 러시아에서 반체제 운동은 끝났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나발니의 죽음은 러시아에서 정치적 반대의 종말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나발니는 광범위한 정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러시아에서 대규모 거리 시위를 이끌었다. 그는 또 소셜미디어를 이용해 푸틴 대통령과 그의 협력자들을 압박해왔고, 감옥에서조차 변호사들을 통해 정치적 목소리를 냈다.
그런 그의 죽음은 아직 푸틴 대통령에게 저항하고 있는 러시아 야권과 진보적 반전 활동가들에게 큰 타격이라고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진단했다.
WSJ, WP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과거에는 거리 시위나 행동주의를 용인했지만,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는 정적에 대한 탄압을 강화하면서 권위주의적 '관리 민주주의'에서 더욱 전체주의적인 정권으로 전환을 가속화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의 군사 작전을 비판하는 사람을 처벌하기 위한 법률을 도입하고 독립 언론에 재갈을 물렸으며, 평화를 지지하는 작가나 예술가들은 '외국 스파이'로 낙인찍었다. 또 러시아인들이 공개적으로 전쟁에 대한 의견을 표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푸틴 대통령에 반대했던 이들은 결국 감옥에 가거나 죽거나 해외로 도피했다.
러시아 정부에 반대하는 이들을 위해 일했던 변호사들조차 투옥되거나 외국으로 몸을 피했다.
나발니를 대리했던 변호사들 가운데 3명도 현재 극단주의 단체 연루 혐의로 감옥에 있다.
일반 시민들조차 군의 명성에 손상을 입히거나 군사 작전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퍼뜨린다는 이유로 단속에 걸려 벌금을 부과받거나 긴 징역형을 살아야 했다.
온라인에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의 행동에 의문을 제기한 한 72세 여성은 최근 5년6개월을 선고받기도 했다.
한때 나발니는 러시아 주요 도시에서 시위대를 모아 정부를 불안하게 만들 수 있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는 상당 규모의 시위를 찾아보기 어렵게 된 상황이다.
러시아 일반 시민은 정부의 이야기에 의문을 제기하는 정보에는 접근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러시아 정부는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을 금지했다. 텔레그램 정도만 정보를 얻는 통로로 폭넓게 이용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러시아인에게는 국영 언론이 여전히 뉴스를 접하는 주요 매체다. 국가가 거의 완전히 통제하는 TV는 푸틴 대통령의 정적을 비판하고 해외로 떠난 사람들은 반역자로 그리는 선전을 전달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나발니를 아는 미국 시카고대학교 러시아 정치 전문가 콘스탄틴 소닌은 "러시아에서 푸틴이 말하는 것에 대한 어떠한 의심이라도 어떻게 표할 수 있을지, 어떠한 종류의 이견이라도 제기될 수 있을지조차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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