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도 손금산입으로 법인세 부담 덜어…'기부금 면세'는 어려울 듯
(세종=연합뉴스) 정책팀 = 세제 당국이 기업의 '출산지원금'을 근로소득으로 간주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근로소득'의 세율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분할 과세' 방식을 적용한다면 실질 세(稅)부담을 '증여'에 준하는 수준으로 크게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다. 기업으로서도 현행 세법 체계에서 근로소득을 비용 처리할 수 있다.
세법 체계를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제2·제3의 부영'을 끌어내는 묘안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부영그룹의 '출산장려금 1억원'은 파격적인 특이사례로서 '부영 맞춤형'으로 세제 전반을 뜯어고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통상의 기준을 고려한 세제혜택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도 보인다.
◇ 여러 해 분할 과세로 소득세 줄인다…기업은 비용처리
18일 관가에 따르면 출산지원금 세제혜택 방안으로 '분할 과세' 방식이 부상하고 있다.
일시금 성격의 출산지원금에 대해 여러 해에 걸쳐 과세한다면 현행 누진세율 구조에서 과세표준 구간을 대폭 낮추는 효과가 있다.
현재 근로소득은 과세표준 구간별로 6%(1천400만원 이하), 15%(1천400만원 초과∼5천만원 이하), 24%(5천만원 초과∼8천800만원 이하), 35%(8천800만원 초과∼1억5천만원 이하) 등의 세율이 적용된다.
이와 함께 출산·보육수당에 따른 비과세 한도인 현행 월 20만원을 연간 개념으로 고치거나 소급 적용하는 방안도 고려될 수 있다.
예컨대 연 소득(과세표준 기준)이 3천500만원인 근로자가 회사에서 출산지원금 5천만원을 받는다면 소득이 총 8천500만원이 되므로 최고 24%(5천만원 초과분)의 세율이 적용된다.
그런데 출산지원금을 5년에 걸쳐 1천만원씩 분할 과세한다면 과세표준은 5천만원 이하가 되므로 세율은 15%까지만 적용된다.
여기에 출산·보육수당 비과세 한도까지 적용받으면 세 부담을 추가로 덜어낼 수 있다.
근로자 세 부담은 최저한세 수준인 증여세율 10%와 비슷해지는 효과가 난다.
기업 입장에서도 출산지원금이 근로소득으로 해석되면 손금산입할 수 있어 법인세 부담을 낮출 수 있다.
정부는 지난달 법인세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사업자가 근로자에게 출산지원금 또는 양육지원금을 지급하면 해당 지원금을 사업자의 손금·필요경비로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 직원, 배우자 또는 자녀가 받아도 '근로소득'
세제 당국은 기업이 직원의 출산을 축하 또는 장려하기 위해 지급하는 출산지원금이 기본적으로 근로소득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출산지원금을 받은 대상이 직원이 아니라 그의 배우자 또는 자녀라고 할지라도, 기업과 무관한 제3자에게 준 것은 아니기 때문에 고용주와 근로자 간의 관계성이 인정된다는 게 공통적인 인식이다.
가령, 회사가 근로자 지원을 위해 어린이집에 지급하는 위탁보육료 역시 세법상 근로소득으로 해석된다.
정정훈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지난 16일 언론과 만나 "기업이 직원(가족 포함)에게 돈을 줬다면 명분이 체력단련비든 명절 수당이든 기본적으로 근로소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질과세 원칙에 따라 해석해야 할 문제"라며 "증여냐, 근로소득이냐 계속 고민·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정부는 증여로 볼 수 있다는 시각 등과 관련해 여러 학계와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부영그룹 측에서 '기부금 면세' 방안도 제안했지만, 기부금 요건은 까다롭고 기업이 직원에게 준 돈을 기부금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내달 초 내놓을 출산지원금 세제지원 방안과 관련, 올해 지급한 기업들에 소급 적용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현재로서 확정된 방안은 없다.
기재부 관계자는 "기업 출산지원금에 대한 구체적인 세제지원 방안은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이준서 민경락 박재현 송정은 박원희 기자)
sj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