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푸틴은 원하면 누구든 죽여"…美부통령 "종전하면 손해배상 노력"
中 "러는 최대 이웃국가…안정적으로 관계 발전"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세계 최대 안보분야 국제회의인 뮌헨안보회의(MSC)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성토장이 되고 있다.
회의 이틀째인 17일(현지시간) 각국 정상과 외교 대표들은 러시아 반체제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의 옥중 사망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 위협을 놓고 거의 한목소리를 냈다.
러시아와 2년째 전쟁 중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연설에서 "푸틴은 야권 지도자든 자신에게 표적으로 보이는 사람이든 원하면 누구나 죽인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어깃장을 놓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서도 "의사결정권자들에게 인스타그램이 아닌 진짜 전쟁이 뭘 의미하는지 보여주고 싶다"며 키이우에 와서 전장을 직접 보라고 거듭 요구했다.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역사는 푸틴 같은 침략자를 처벌하지 않고 영토를 점령하도록 허용하면 계속 그렇게 한다는 걸 보여준다"며 종전 이후 러시아의 손해배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하원의 조기 휴회로 난항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 추가 원조에 대해서는 "정치적 게임을 할 수는 없다"며 예산안 통과에 애쓰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전날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고립주의를 두고 "위험하고 불안정하며 참으로 근시안적"이라며 비판한 바 있다.
최근 러시아 당국의 수배자 명단에 오른 카야 칼라스 에스토니아 총리는 이날 패널 토론에서 "침략이 어디선가 성과를 거두면 다른 곳에서도 침략을 유도해 세계 안보가 위태로워진다"고 우려했다.
그는 "미국이 스스로를 고립시키면 결국 더 많은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트럼프의 고립주의에도 경고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2년째 전쟁 중인 데다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일 나토 동맹 위협 발언을 내놓으면서 이 같은 분위기는 이미 예고됐다. 여기에 개막일인 전날 나발니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비판 목소리는 더욱 거세졌다.
러시아가 지난해에 이어 초청받지 못한 가운데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자국 입장을 방어하는 데 주력했다.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은 이날 연설에서 "러시아는 중국의 최대 이웃 국가다. 중러 관계는 '동맹을 맺지 않고, 대결하지 않으며, 제3자를 겨냥하지 않는다'는 기초 위에서 안정적으로 발전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해) 이미 건설적인 일을 많이 했다"며 우크라이나 위기의 책임을 중국에 떠넘기는 데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왕 주임은 중국이 "세계 안정을 위한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디리스킹(위험제거)을 명분으로 한 서방의 견제를 두고는 "역사적 실수가 될 것"이라며 "세계 경제는 고립된 호수로 나뉠 수 없는 대양과 같다"고 비판했다.
한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앞으로 몇 달간 이스라엘과 아랍국가들의 관계 정상화를 위한 "특별한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패널 토론에서 "거의 모든 아랍 국가가 이스라엘을 지역에 통합해 관계를 정상화하고 이스라엘이 더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도록 보장하길 진정으로 원하고 있다"며 "이스라엘의 안보를 보장하는 팔레스타인 국가로 나아가는 게 어느 때보다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전날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을, 이날은 이츠하크 헤르조그 이스라엘 대통령을 만나 전쟁 해법을 논의했다.
헤르조그 대통령은 "무엇보다 이스라엘의 안보가 지켜져야 한다. 이를 위해 하마스의 기반 시설을 약화하고 근절하는 작업을 마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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