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나발니 추모 열기에 강경 대응…'불법 집회 혐의' 징역형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러시아 시베리아 감옥에서 급사한 반정부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아내 율리아 나발나야가 1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유럽연합(EU)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한다.
안보회의가 열렸던 뮌헨에서 EU 헤드쿼터가 있는 브뤼셀로 이동, 국제 무대에서 남편 죽음의 부담함 등을 잇따라 전세계에 타전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
18일 AFP통신에 따르면,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엑스(X·옛 트위터)에 나발나야의 외교장관 회의 참석을 환영한다며 "EU의 외교장관들은 러시아에서 자유를 위해 싸우는 사람들을 지지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독일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하던 중 남편의 사망 소식을 접한 나발나야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향해 "남편에게 저지른 일에 대한 벌을 받을 것이라는 점을 알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에 있는 이 악(devil)을 물리치고 끔찍한 정권을 물리치기 위해 여기 있는 모든 이와 전 세계 사람들에게 뭉칠 것을 촉구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국내외에서 추모 물결이 이어지는 가운데 러시아 당국은 나발니의 사망이 반정부 여론 증폭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상트페테르부르크 법원은 나발니 추모 행사에 참석했다 체포된 154명에게 집회금지 관련 법 위반 혐의로 최대 14일의 단기 징역형을 선고했다.
러시아의 다른 도시들에서도 이와 비슷한 판결 선고가 여러 건 나왔다고 러시아 인권 단체 등은 전했다.
주말 사이에 여러 도시에서 나발니를 추모하기 위해 사람들이 모이자 경찰이 주변을 돌며 순찰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또한 나발니 추모를 위해 조성한 공간이 철거되고, 모자를 쓴 남성들이 크렘린궁 옆 다리에 추모객들이 놓아둔 꽃을 쓰레기통에 버리는 모습이 포착됐다는 보도가 이어졌다고 AFP는 전했다.
푸틴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꼽혔던 나발니는 지난 16일 러시아 최북단 시베리아 지역 야말로네네츠 자치구 제3 교도소에서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연방 교도소 당국은 "나발니가 산책 후 몸 상태가 좋지 않았고 거의 즉시 의식을 잃었다"며 의료진이 응급조치했지만 나발니의 사망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나발니가 사망 전날 법원에 온라인 출석했을 당시 농담을 할 정도로 비교적 건강한 모습을 보였고, 당국이 나발니의 사망 직후 마치 미리 준비한 것처럼 보이는 발표를 신속히 내놨다는 점 등 돌연사로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는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아직 나발니의 사망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은 채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hrs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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