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구팀 "AI로 뇌 영상 남녀 차이 확인…신경정신질환 치료 등 적용 기대"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남자와 여자는 생각이나 행동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이를 주제로 한 책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저자 존 그레이)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남자와 여자의 이런 생각과 행동 차이가 기능적 뇌 구조의 차이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스탠퍼드대 비노드 메논 교수팀은 20일 과학 저널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서 '설명 가능한 인공지능'(XAI)으로 기능적 MRI(fMRI) 뇌 영상을 분석, 남자와 여자의 기능적 뇌 구조 패턴에 차이가 있고 이 차이가 인식 등 행동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 XAI는 fMRI 뇌 영상만으로 여성과 남성의 뇌를 90% 이상 정확도로 판별해냈다며 이번에 발견한 차이를 이해하면 여성과 남성에게 다르게 영향을 미치는 신경정신과적 질환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별은 인간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생물학적 요인으로 뇌 기능과 정신 및 신경 장애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성별이 뇌 구성과 작동 방식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 남성과 여성 뇌 조직은 무엇이 다른지 등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메논 교수는 "건강한 성인 뇌에서 일관되고 재현 가능한 성별 차이를 밝히는 것은 성별에 따른 정신과 및 신경 장애 취약성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먼저 뇌 영상 데이터를 분류하는 방법을 학습하는 시공간 심층 신경망(stDNN) 모델을 만들고, 여성과 남성의 fMRI 뇌 사진을 보여주면서 뇌 구조 패턴에서 남녀 간 차이점을 구분하도록 훈련했다.
그 결과 stDNN 모델은 남녀 fMRI 뇌 영상의 다양한 부위에서 사람은 인지하지 못하는 미묘한 패턴 차이를 알아차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훈련한 st DNN 모델은 미국과 유럽 여러 지역에서 참여한 20~35세 건강한 남녀 1천500명의 fMRI 뇌 영상을 분석, 남성과 여성의 뇌를 90% 이상의 정확도로 구분해냈다.
이어 st DNN이 무엇을 근거로 남녀의 뇌를 구분하는지 밝혀내기 위해 설명 가능한 인공지능(XAI)을 적용한 결과,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도 활성화되고 자기 정보를 처리하는 뇌 부분인 기본 모드 네트워크(BDN)와 학습·보상에 반응하는 방식에 관여하는 선조체, 동기·감정·학습·기억 등에 관여하는 변연계 네트워크 등에 일관되게 유의미한 성별 차이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메논 교수는 "이 연구 결과는 뇌에 감지 가능한 성별 차이가 존재하지만, 지금까지 확실하게 포착되지 않았을 뿐이라는 것을 시사한다"며 "이는 성이 인간의 뇌 조직을 결정짓는 강력한 요소라는 것을 보여주는 매우 확고한 증거"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그러나 이 연구는 이런 성 관련 뇌 구조 차이가 유전적 요인 등에 따라 생애 초기에 발생하는 것인지, 아니면 호르몬의 차이 또는 남성과 여성이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사회적 환경에 의해 발생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았다고 밝혔다.
◆ 출처 : PNAS, Vinod Menon et al., 'Deep learning models reveal replicable, generalizable, and behaviorally relevant sex differences in human functional brain organ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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