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그룹 내 CDU 후보로 지명
(베를린·브뤼셀=연합뉴스) 김계연 정빛나 특파원 = 오는 6월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연임 도전을 공식 선언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기독민주당(CDU) 대표는 19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폰데어라이엔을 CDU의 EU 집행위원장 후보로 지명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 동석한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지난 5년간 유럽에 대한 나의 열정뿐 아니라 유럽이 시민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경험도 늘었다"며 "두 번째 임기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공개된 유로뉴스와 인터뷰에서 "방위산업 기반을 더 굳건히 하기 위해 지출을 늘려야 한다"며 연임에 성공할 경우 국방 부문이 정책 우선순위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특히 "나토 동맹은 EU에 가장 중요하다"면서도 "우리 스스로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집행위는 내달 초께 방산 육성 청사진을 담은 '유럽방산전략'(EDIS)을 발표한다.
유럽 각국의 군사정책은 주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틀 안에서 조율되고 있으나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무기 고갈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재선 시 나토 동맹이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결과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안보를 보다 포괄적인 방식으로 바라봐야 한다"며 경제안보 확대 필요성도 언급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그가 이끌어온 EU 현 집행부는 중국에 대한 '디리스킹'(위험 제거) 전략을 비롯해 러시아산 화석연료 탈피 등을 추진해온 바 있다. '폰데어라이엔 2기'에서도 유사한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EU 행정부 수반 격인 집행위원장은 유럽의회 내 정치그룹이 각자 슈피첸칸디다트(Spitzenkandidat), 즉 우선후보를 먼저 선발한다. 이후 유럽의회 선거에서 최다 득표한 그룹의 후보가 EU 정상회의에서 EU 인구의 65% 이상을 차지하는 21개국 정상의 지지를 확보하면 의회의 표결을 거쳐 집행위원장에 임명된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속한 중도 우파 성향 유럽국민당(EPP)은 21일까지 우선후보를 신청받은 뒤 내달 7일 후보를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유럽의회 내 최대 그룹인 EPP에는 독일 CDU와 자매정당인 CSU(기독사회당), 폴란드 시민강령당(PO), 오스트리아국민당(OEVP), 포르자이탈리아(FI), 스페인 국민당(PP) 등이 속해 있다.
폰데어라이엔은 CDU 소속으로 앙겔라 메르켈 총리 시절 독일 국방장관으로 일하다가 2019년 11월1일 임기 5년의 집행위원장으로 취임했다. EU 집행위원장은 연임이 가능하다.
그는 올해 하반기 교체가 예정된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의 후임으로도 언급됐다. 그러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최소 2024년까지 나토에서 어떤 역할도 맡기 힘들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그가 EU 집행위원장 연임을 노리는 것으로 관측됐다.
폰데어라이엔은 독일 국방장관 시절 장비 부족을 숨기려고 빗자루에 페인트를 칠해 기관총을 대체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을 빚은 바 있다.
2019년 선임 당시에는 애초 우선후보가 아니었는데도 EU 정상회의 비공개 회의 과정에서 돌연 최종 후보로 낙점됐다. 이 때문에 유권자 직접투표의 효과를 내기 위해 2014년 도입한 슈피첸칸디다트 제도가 훼손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를 배출한 프랑스와 독일의 '밀실 인선'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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