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즉각휴전 결의안에 거부권 행사 방침
(뉴욕·서울=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현윤경 기자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즉각적인 인도주의적 휴전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20일(현지시간)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하지만 미국이 거부권 행사를 예고하며 일시 휴전안을 담은 다른 대안을 제시해 결의안 초안이 그대로 통과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19일(현지시간) 유엔본부에 따르면 안보리는 20일 오전 팔레스타인 문제를 포함한 중동 상황을 의제로 회의를 열어 알제리가 제출한 결의안을 표결할 예정이다.
알제리가 제출한 결의안 초안에는 이스라엘과 하마스에 즉각적인 인도주의적 휴전을 요구하고 팔레스타인 주민의 강제 이주 거부, 모든 당사자에 대한 국제법 준수 요구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상임이사국인 미국이 알제리 제출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방침을 밝혀 표결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미국의 한 고위 당국자는 이와 관련 "우리는 투표를 서두르지 않을 계획"이라며 미국 정부는 표결에 기한을 두고 "안보리가 긴급한 조치를 취야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CNN에 말했다.
앞서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지난 18일(현지시간) 알제리가 안보리 결의안 초안에 대한 표결을 요청하자 즉각 성명을 내고 "미국은 초안에 담긴 사안을 지지하지 않으며 초안대로 표결에 부쳐진다면 채택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알제리 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입장을 고수하는 미국은 일시적인 휴전을 요구하는 다른 대안을 제안했다고 CNN, 블룸버그 통신 등이 보도했다.
미국이 안보리에 제출한 문건에는 "적용 가능할 경우 조속히 가자에서 '일시적인 휴전'(temporary ceasefire)을 해야 한다"는 촉구가 담겼다고 CNN은 전했다. 이런 요구는 즉각적인 휴전을 원하는 대부분의 다른 안보리 회원국들의 희망에는 못 미치는 것이라고 CNN은 짚었다.
전통적으로 유엔 무대에서 우방인 이스라엘의 입장을 대변해온 미국은 작년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이 스스로를 방어할 권리가 있다면서 국제 사회의 휴전 요구에 줄곧 반대해왔다.
미국이 제시한 대안에는 또한 팔레스타인 난민이 밀집된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를 향한 이스라엘군의 지상군 공격에 대해 "민간인 피해가 더 커지고, 이들이 이웃나라 등으로 터전을 옮기도록 내몰릴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역내 평화와 안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를 표하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라파에는 작년 10월 전쟁 발발 후 지속된 피란민 유입으로 100만명 이상이 몰려 있다. 라파로 숨어든 하마스 세력의 근절을 주장하며 전면 공습을 밀어붙이려는 이스라엘이 실제로 대규모 공격을 감행한다면 피란민들의 대량 인명피해는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또한, 피란민이 대거 접경지인 이집트로 몰릴 가능성도 있다.
마틴 그리피스 유엔 인도주의·긴급구호 사무차장은 최근 "이스라엘의 라파 공격은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한편, 안보리 결의는 15개 중 9개국 이상 이사국의 찬성이 필요하고 미국과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5개 상임이사국이 거부하지 않아야 한다.
미국은 앞서 안보리에서 제기된 휴전 촉구 결의안에 거부권을 두 차례 행사해 채택을 무산시킨 바 있다.
다만, 미국은 휴전 요구나 촉구가 아닌 인도주의적 교전 중단 및 인도주의적 지원 확대를 촉구하는 결의안 2건에 대해선 거부권을 행사하는 대신 기권을 선택해 채택을 용인하기도 했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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