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관계 개선 시급한 중국, 트럼프 발언 이용할수도
'미국은 믿을만한 파트너 아냐' 메시지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유럽이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에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중국은 이러한 상황에서 기회를 보고 있다고 미국 CNN 방송이 19일(현지시간) 전했다.
중국 외교사령탑인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은 지난 17일 독일 뮌헨안보회의에서 "세계가 어떻게 변하더라도 중국은 책임 있는 주요국으로서 그것의 주요 원칙과 정책을 일관성 있고 안정되게 유지하고, 격변의 세계에서 안정을 위한 확고한 힘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과 유럽은 지정학적, 이념적 분열을 피하고 협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왕 주임의 이날 발언은 유럽 지도자들이 미국 대선을 경계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으로 다시 돌아올 경우 유럽과 미국의 협력이 뒤집힐 수 있다는 우려와 관련돼 있다고 CNN은 해석했다.
미국 공화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근 방위비를 충분히 부담하지 않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은 지켜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이 같은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과거 재임기에도 유럽 나토 동맹국들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주장하며 방위비 증액을 압박하고 일방적인 시리아 북동부 미군 철수 결정 등으로 불협화음을 내며 나토 위기론을 불러왔다.
당시 유럽과 미국은 나토 문제 외에도 무역, 이란 핵 합의, 기후변화 문제 등 각종 사안을 놓고 계속해서 마찰을 빚으며 대서양 동맹의 균열을 드러낸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나토 관련 발언은 왕 주임에게는 최고의 시점에 나왔다고 CNN은 평가했다.
왕 주임은 중국이 악화한 유럽과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가운데 유럽을 방문했다. 특히 중국은 경제가 둔화하고 미국과의 마찰도 계속되면서 유럽 국가들과의 관계 회복 노력이 더욱 시급한 상황이다.
왕 주임은 이번 뮌헨안보회의에서도 다수의 유럽 당국자를 만났고 스페인에 이어 프랑스도 방문한다.
홍콩시티대 조교수 류 동슈는 왕 주임이 유럽 측과 회동에서 '완전히 미국 편에 서는 것이 유럽 국가들에 최선의 이익은 아니다'고 지적하기 위해 '트럼프 요인'을 이용했을지도 모른다고 분석했다.
그는 "왕이는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다면 유럽이 중국과 좋은 관계에 있지 않으면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을지도 모른다"면서 "그는 유럽 국가들이 좀 더 중립적이 되도록 설득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지난 한해 유럽 국가들과 관계 개선에 일부 진전을 이뤘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기도 했다.
미국 싱크탱크인 '독일마셜펀드'(GMF) 방문 선임연구원 노아 바르킨은 "각국은 중국과의 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크게 집중할 것"이라면서 "이는 부분적으로는 트럼프가 백악관으로 돌아올 경우 중국과 미국이라는 두 개의 전선에서 무역 분쟁을 벌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중국에 최악의 악몽은 무역, 기술, 안보 문제에 있어 미국과 유럽이 단합된 전선을 펴는 것"이라면서 "중국은 미국은 믿을만한 파트너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유럽 각국에서 강화하기 위해 트럼프의 발언을 이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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