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우크라에 '유럽산 탄약만 지원' 고집 꺾나

입력 2024-02-21 01:38  

EU, 우크라에 '유럽산 탄약만 지원' 고집 꺾나
"군사지원기금 지원 요건에 'EU 역외 구매 허용' 명시 논의중"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에 약속한 탄약 100만 전달이 크게 지연되면서 사실상 유럽산 탄약만 고집하던 기조를 선회하는 분위기다.
20일(현지시간)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EU 회원국들은 유럽평화기금(EPF)과 관련, 역외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용 탄약을 구매해도 기금 지출을 허용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EPF는 EU 공동예산 외에 회원국이 국민총소득(GNI) 비율에 따라 추가로 낸 기여금으로 조성된 기금이다.
애초 2021년 분쟁 지역에 대한 군사지원 용도로 조성됐으나 이듬해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면서 각 회원국이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쓴 비용을 일정 부분 보전하는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현재 EU는 EPF를 50억 유로(약 7조 2천억원) 증액하는 방안을 논의 중으로, 증액을 계기로 역외 방산업체를 통한 탄약 구매도 이전보다 더 장려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원칙적으로는 지금도 역외 방산업체 제품도 지원 대상이지만 그간 주로 유럽 방산업체 제품에 대해서만 대금 보전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EU의 정책 변화 움직임은 우크라이나의 탄약 부족이 심각한 데다 미국의 지원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게다가 유럽 내 탄약 생산량도 한계가 있어 탄약의 원산지를 따질 때가 아니라는 주장에 공감대가 넓어지고 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전날 외교장관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EPF와 관련 "회원국들에 만약 (유럽 밖에) 더 낫고, 싸고, 신속한 공급처가 있으면 기금을 활용해도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언급했다.
회의에 참석한 마르구스 싸흐크나 에스토니아 외무장관은 "우리는 지금 계획한 탄약 100만발 중 절반만 전달하는 데 그쳐 상황이 좋지 않다"며 "유럽산 탄약만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할 여유가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EPF 증액 합의도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U는 앞서 이달 초 특별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 피해 복구·재건에 향후 4년간 500억 유로(약 72조원)를 보내는 장기지원안에 극적으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EPF의 경우 독일, 헝가리 등의 반대로 당시에도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특히 EPF 증액 시 부담 금액이 가장 큰 독일은 기금운용이 비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제동을 걸고 있다.
일부 회원국이 무기고에 쌓인 옛 소련제 구식 무기를 우크라이나 지원을 명목으로 '재고를 소진'하고 EPF를 받아 자국군을 현대화하는 데 남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직접 지원이 어려운 국가들은 기존과 같은 방식으로 EPF를 통한 대금 보전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가브리엘리우스 란드스베르기스 리투아니아 외무장관은 "우리와 같은 나라들은 (EU 기금을 활용한) 공동 지원이 아닌 양자 지원을 하기가 훨씬 어렵다"고 지적했다.
EU는 차기 이사회에서 EPF 증액 합의를 다시 시도할 전망이다.
shin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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