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휴전' 안보리 결의 또 부결…美 세번째 거부권 행사(종합)

입력 2024-02-21 01:56  

'가자 휴전' 안보리 결의 또 부결…美 세번째 거부권 행사(종합)
인도지원·강제이주 반대·국제법준수 등 포함…15개국 중 13개국 찬성
美 "중동 휴전협상 망칠 것" 반대…인질석방 연계 '일시휴전' 대안 추진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인도주의적 휴전을 요구하는 결의안 채택에 또다시 실패했다.
안보리는 20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문제를 포함한 중동 상황을 의제로 회의를 열어 알제리가 제시한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다.
알제리가 작성을 주도한 결의안 초안은 ▲ 인도주의적 휴전 ▲ 가자지구 전역으로의 인도주의적 지원 전달 ▲ 팔레스타인 주민 강제이주 반대 ▲ 국제사법재판소(ICJ) 임시명령 준수 ▲ 국제법 준수 등을 핵심 내용으로 담았다.
이 같은 결의안은 15개 이사국 중 한국을 포함한 13개 이사국이 찬성을 얻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남단 라파에 대한 지상전 공격을 예고한 가운데 추가적인 인도주의적 참사를 막기 위해 휴전이 불가피하다는 국제사회의 요구가 반영됐다.
그러나 상임이사국인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해 채택에는 실패했다. 영국은 기권표를 행사했다.
결의안이 통과하려면 안보리 15개 이사국 중 9개국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고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등 5개 상임이사국 중 어느 한 곳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야 한다.
앞서 알제리는 ICJ가 지난달 이스라엘에 집단학살을 방지하라는 임시 명령을 내린 뒤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위기 확산을 막기 위한 안보리 결의안 초안 작성을 주도해왔다.
그러나 미국은 알제리가 작성한 결의안 초안이 그대로 통과할 경우 현재 진행 중인 중동 휴전협상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며 일찌감치 거부권 행사 방침을 시사해왔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이날 회의에서 "여러 당사국이 민감한 협상에 참여하고 있다"며 "지금은 이 결의안을 통과시킬 때가 아니며 이는 협상 노력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알제리 제출안에 대해 반대하는 대신 다른 대안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미국 제출 결의안은 알제리 제출안이 담은 즉각적인 인도주의적 휴전 요구 대신 하마스가 모든 인질을 석방하는 방식에 근거한 임시휴전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밖에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테러 행위 비난, 하마스의 가자 통치 반대, 팔레스타인 주민 강제이주 반대, 이스라엘의 라파 지상군 공격에 대한 우려 등이 포함됐다.
미국은 자국 제출안의 표결을 서둘러 추진하지는 않는다는 방침이다.

한편 이날 가자지구 휴전 요구 결의안 채택이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되면서 안보리 이사국들은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위기 확대 가능성에 우려를 표했다.
초안 작성을 주도한 아마르 벤자마 알제리 주유엔 대사는 "오직 휴전만이 우리가 추구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며 "오늘 잘못된 결정이 내일 중동지역과 세계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준국 주유엔 대사는 "가자지구 민간인의 고통을 끝내기 위해서는 인도주의적 휴전이 긴급히 필요하다고 고려했다"며 "가자지구 인구 절반 이상이 밀집한 라파에서 사람들은 대규모 지상작전으로 재앙이 닥칠지 모른다는 공포에 떨고 있다"고 말했다.
안보리에서 제기된 휴전 요구 또는 촉구 결의안에 대한 미국의 거부권 행사는 이번이 세 번째다.
전통적으로 이스라엘의 입장을 지지해온 미국은 앞선 안보리의 휴전 결의가 이스라엘의 자위권 행사를 침해한다며 지속해서 반대 입장을 견지해왔다.
다만, 미국은 휴전 요구나 촉구가 아닌 인도주의적 교전 중단 및 인도주의적 지원 확대를 촉구하는 결의안 2건에 대해선 거부권을 행사하는 대신 기권을 선택해 채택을 용인한 바 있다.
p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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