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안 담은 옴니버스법안 통과 좌절되자 국회와 의원들 비난
(부에노스아이레스=연합뉴스) 김선정 통신원 = 지난해 대선 과정에 거침없는 발언으로 여러 차례 논란이 됐던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이번엔 국회를 '쥐들의 소굴'이라고 비난해 논란이 일고 있다고 현지 언론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전날 아르헨티나 코리엔테스주에서 열린 급진적 자유주의자 클럽 10주년 기념행사에 참여해 자신이 정치에 뛰어든 배경을 설명하던 중 "정치인들은 사람들이 멸시하는 배설물"이고 국회는 "쥐들의 소굴"이라고 맹비난했다.
자유경제를 신봉하는 경제학자 출신으로 '무정부 자본주의자'를 자칭하는 밀레이 대통령은 대선 때 직설적인 화법으로 '부정부패한 카스타(기득권)를 다 쓸어버리겠다'라면서 무분별하게 돈을 찍어내는 중앙은행을 폭파하고 현지 페소화를 미국 달러로 대체한다는 등 파격적인 공약을 내세우기도 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집권 후 자신의 첫 번째 승부수였던 정치·경제·사회 개혁방안을 담은 '옴니버스 법안'이 하원에서 통과되지 못하자 이에 반대한 하원 의원들 명단을 소셜미디어에 올리고 '배신자들'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한 바 있으며 이날 연설에서도 같은 맥락에서 국회를 '쥐들의 소굴'이라고 칭했다.
특히 그는 몇 년 전까지만도 자신의 '두 번째 아버지'라고 소개하던 리카르도 로페스 무르피 하원의원을 '배신자'라고 하면서 "자유주의자라고 다 같지 않다. 로페스 무르피는 쓰레기, 범죄자다"라고 비판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정치 신인 시절엔 로페스 무르피 전경제장관과 같이 활동하며 '스승과 제자' 관계를 이어 나갔으나, 2021년 총선에서 각기 다른 정당의 후보로 경쟁하면서 사이가 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로페스 무르피 하원의원은 이번 밀레이 정권의 '옴니버스 법안'에 찬성표를 던지면서 지지를 보여줬으며, 갑자기 대통령의 비난 대상이 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한 번 배신자는 영원한 배신자"라면서 '옴니버스 법안'에 반대한 하원의원이 소속된 주(지역구)를 '배신자'로 낙인찍어 '응징'하겠다고 했으며, 연방정부 차원에서 지원금 삭감 등을 예고하기도 했다.
제1야당인 '조국을 위한 연합' 헤르만 마르티네스 원내대표는 소셜미디어 계정에 밀레이 대통령의 이러한 국회 공격에 대한 최고의 대응은 "국회의 권한을 무시하는 메가 대통령령 DNU70/2023에 반대표를 던지는 것"이라고 응수했다.
야당 의원들은 밀레이 대통령의 발언에 불쾌감을 표했다.
이들은 밀레이 대통령은 국가의 세 개의 기본축(행정부, 입법부, 사법부) 중 하나인 국회에 대한 존중이 결여돼 있다며 아르헨티나는 군주제도가 아닌 민주주의 국가라고 반박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sunniek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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