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외교부 "양측 입장에 근거한 언급 있었다"
(도쿄·서울=연합뉴스) 경수현 특파원 김효정 기자 = 일본 정부가 히타치조선(히타치조센)의 법원 공탁금이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지급된 것과 관련해 21일 윤덕민 주일 한국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오카노 마사타카 외무성 사무차관이 윤덕민 대사를 초치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하야시 장관에 따르면 오카노 사무차관은 "한일청구권협정 제2조에 명백히 반하는 판결에 입각해 일본 기업에 부당한 불이익을 지우는 것"이라고 공탁금 출급을 평가하고 "극히 유감"이라는 취지로 윤 대사에게 항의했다.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 제2조는 청구권이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다는 것을 확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야시 장관은 히타치조선의 법원 공탁금이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출급된 전날에도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극히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윤 대사가 초치됐을 때 "양측 입장에 근거한 언급이 있었다"며 "한일간 현안에 대해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히타치조선 사건은 피고기업이 재판 과정에서 공탁한 것으로서, 관계법령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공탁금이 출급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출급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는 전날과 마찬가지로 자제했다.
전날 히타치조선의 강제동원 피해자인 이모 씨 측은 서울중앙지법에서 회사 측이 강제집행 정지를 청구하면서 공탁한 6천만원을 출급했다고 밝혔다.
이씨 측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에서 강제동원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금 5천만원과 지연이자 배상 확정판결을 받았고, 이후 관련 절차를 밟아 히타치조선이 국내 법원에 공탁한 돈을 확보했다.
이는 강제동원 피해자가 일본 기업의 자금을 받은 첫 사례라고 변호인 측은 전했다.
일본 기업이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배상하는 것은 청구권협정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주장해 온 일본은 피고기업 자금이 처음으로 피해자에게 실제 넘어갔다는 점에서 민감하게 반응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외무성은 최근 한국 대법원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잇따라 최종 승소 판결을 했을 때는 주일 한국대사관 정무공사를 초치해 항의했는데, 이번에 윤덕민 대사를 초치한 것은 항의 수위를 높인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이번 사례가 예외적 케이스에 가깝다는 점에서 양국 모두 이번 일의 파장을 한일관계 전반으로 확대하려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히타치조선이 공탁한 6천만원 외에 다른 일본 기업이 강제동원 피해 소송과 관련해 한국 법원에 낸 돈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야시 장관도 전날 "본건은 공탁금이 법원에 맡겨진 점에서 특수하고, 같은 종류의 사안에서도 다른 예가 없다"고 언급했다.
양국이 브라질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조율 중인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의 첫 양자 회담에도 이번 일이 큰 변수가 되지는 않는 분위기다.
(취재보조: 김지수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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