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은 사업자 규율…'전공의는 근로자' 시각 우세
면허 소지자는 프리랜서 주장도…의협 참가 여부도 변수
(세종=연합뉴스) 박재현 기자 =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정원 증원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이 대거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나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이에 대한 조사에 착수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공정거래법이 '사업자'를 규율하는 법인 만큼 전공의들을 개인사업자로 보는지, 근로자로 보는지에 따라 조사 개시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관가에 따르면 공정위는 전공의 대규모 사직 사태와 관련해 적용할 수 있는 조항이 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공정위는 일단 직권조사에 나서기보다는 시민단체나 관련 부처의 신고가 접수되면 이를 토대로 조사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거론되는 조항은 크게 공정거래법상 부당 공동행위(담합) 또는 사업자단체 금지행위다.
담합은 사업자가 계약·협정·결의 등의 방법으로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경우 적용된다.
사업자단체 금지행위는 사업자단체가 일정한 거래 분야에서 현재 또는 장래의 사업자 수를 제한하거나 구성 사업자의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 등에 인정된다.
두 조항은 모두 사업자의 행위를 규율하는 조항인 만큼, 이 법을 적용하려면 먼저 전공의를 공정거래법상 사업자로 볼 수 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공정거래법은 사업자를 '제조업, 서비스업 또는 그 밖의 사업을 하는 자'로 폭넓게 규정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개인 사업자나 프리랜서 등은 사업자로 인정되지만, 근로자는 사업자로 인정되지 않는다.
전공의들이 병원 소속으로 임금을 받는 근로자 신분인 만큼, 현재로서는 사업자로 인정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번 사태를 주도한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사업자등록번호를 부여받은 사업자 단체가 아닌 고유번호를 받은 연합체 성격의 단체라는 점도 공정거래법 적용이 어려운 이유로 꼽힌다.
당초 대전협에 대한 공정위 신고를 추진하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역시 이런 이유로 신고 계획을 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실질적 근로 형태와 법적 지위 등을 고려했을 때 전공의들은 사업자가 아닌 근로자에 가까운 것으로 판단된다"며 "사업자를 규율하는 공정거래법 적용이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전공의들이 모두 전문 자격증을 소지한 면허소지자인 만큼, 사실상 '프리랜서'에 가깝게 보고 공정거래법을 적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지난해 공정위의 화물연대 파업 조사 당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인 화물차 기사를 사업자로 판단한 것과 마찬가지로 전공의 사직 사태를 규율해야 한다는 것이다.
향후 공정거래법상 사업자 단체로 분류되는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전공의 사직 사태에 주도적으로 참여한다면 사업자단체 금지행위로 처벌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정위는 지난 2000년 의약분업 파업과 2014년 원격의료 반대 파업 당시에도 의협에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조항을 적용해 시정명령 등 처분을 내린 바 있다.
다만 당시에는 전공의뿐 아니라 개인사업자들인 개원의도 다수 참여했다는 점에서 지금의 전공의 사직 사태와는 다르다는 반박도 제기된다.
2014년 사건에서 대법원은 의협의 구체적인 휴업 실행을 의사들에 자율적 판단에 맡겼다는 점을 들며 무죄를 선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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