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대만 겨냥 통일전선 전술 본격화…"민진당 정권 소외 목적"

입력 2024-02-21 17:35  

中, 대만 겨냥 통일전선 전술 본격화…"민진당 정권 소외 목적"
FT "청년 초청 등 교류확대…과거보다 큰 영향력 발휘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홍제성 기자 = 지난달 대만의 총통 선거(대선)에서 승리한 친미·독립 성향의 민주진보당(민진당) 정권을 소외시키기 위한 중국 당국의 '통일전선전술 활동'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통일전선 전술은 1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공산주의 개념으로, 당 외부인이나 집단의 사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식을 의미한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21일 '중국 공산당 간부들이 대만의 민심과 정신을 타깃으로 삼는 방법'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 정부가 대만 청년들의 초청 프로그램 등을 통해 대만 총통 선거 이후 이같은 시도에 본격적으로 나섰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팀 첸을 비롯한 대만 학생들은 대선 며칠 뒤 중국 정부(베이징)가 부담한 비용으로 중국 북동부로 겨울 여행을 떠났다.
첸씨는 박물관과 공장을 방문하고 중국인 친구들을 사귀면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눈을 경험했다. 아열대 기후인 대만에는 거의 눈에 내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중국 여행에 대해 "정말 마음에 들었다"며 "언젠가는 그곳에서 공부하거나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런 반응은 초청자인 중국 공산당 통일전선공작부 입장에서는 기대했던 결과물이 나온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대만 젊은이들을 상대로 중국에 대한 애국심을 고취하고 통일을 촉진하겠다는 프로그램 취지가 달성됐다는 이유에서다.
대만 젊은이들이 참가한 지린성 겨울캠프 행사 개막식에서 러우샤오화 지린성 당 위원회 통일전선부 부주임은 "양안 동포는 혈육과 문화로 연결돼 있다"면서 "대만 젊은이 대다수가 역사적 흐름을 잘 파악해 조국통일의 위업을 달성하는 데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대만인을 대상으로 한 중국 당국의 초청 프로그램은 선거를 전후해 특히 두드러졌다.
지난해 12월에는 공산당 초청으로 중국을 저가로 여행한 대만 18곳의 마을 대표들이 선거법 등의 위반 혐의로 대만 검찰에 기소되기도 했다.
2주 전에는 중국 통일전선공작부 관리들이 내달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앞두고 베이징에서 대만 학생들과 기업인들을 만나기도 했다.
이들은 뉴미디어로 양안 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법을 주로 논의했다고 한다. 이는 영상공유 플랫폼 틱톡의 중국 내 서비스인 더우인(?音·Douyin)을 활용하는 방법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는 게 신문의 분석이다.


시진핑 국가주석 집권 이후 중국 공산당은 마을의 선출직 공무원, 분파 정당, 종교사회 등을 동원해 대만 풀뿌리 사회를 타깃으로 통일전선 전술을 강화해 왔다고 신문은 전했다.
과거에도 있었던 대만 겨냥 통일전선 전술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10%도 채 안 되는 대만인만이 스스로를 중국인으로 여기고 있는 것으로 볼 때 사실상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대만인 대다수가 8년간의 민진당 집권에 지쳐 있는 데다 라이 당선인이 여소야대 정국 속에서 정부를 이끌게 되면서 중국의 통일전선 전술이 과거에 비해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있다고 신문은 전망했다.
중국의 대만 담당 기구인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은 라이 후보의 당선이 확정된 지 2시간여 만에 내놓은 입장문에서 "대만 관련 정당, 단체, 각계 인사와 협력해 양안 간 교류협력, 양안의 융합발전, 중화문화의 공동발전, 양안관계의 평화 발전, 조국통일의 대업 등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FT는 지난달 말 보도에서 중국이 대만 대선 이후 민진당 정부를 배제하고 의회 다수를 차지한 친중 성향 국민당 및 무소속 입법위원(국회의원)들과 접촉면을 늘릴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을 제기하기도 했다.
대만 관리들과 전문가들은 민진당 정부를 소외시키기 위한 중국 공산당의 '갈라치기' 전술이라고 우려한다.
민진당 원로 정치인이 설립한 대만 산업경제자문협회의 리궈청 이사는 "일반적인 대화는 양방향으로 진행되는 반면, 통일전선 전술은 일방통행 방식으로 세뇌를 추구한다"며 "대만 사회에 라이칭더 정부를 견제하는 세력이 형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만의 안보분야 관리도 "대만 내부를 분열시키려는 이들의 시도를 의미가 없다고 일축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js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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