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재·고아라 교수 "초기 경력 과학자들 가장 큰 영향" 지적
"이대로 가다간 일본 전철 밟아…신진 연구자 지원해야"
(서울=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영국의 권위 있는 과학 전문지 '네이처'가 한국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이 연구자들의 삶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는 국내 소장 연구자들의 글을 현지 시각 20일 게재했다.
네이처에 이날 실린 'R&D 예산 삭감이 한국 젊은 과학자들에게 결정타가 될 수 있다'는 제하의 기고문은 김봉재 경북대 물리학과 교수와 고아라 전남대 물리학과 교수가 쓴 것이다.
김 교수는 2018년 군산대를 거쳐 지난해 경북대 교수로, 고 교수는 2020년 전남대 교수로 부임했다.
두 교수는 기고문에서 "(작년) 12월 말 14.7% 삭감된 예산은 전반적으로 연구자들의 삶을 어렵게 만들 것"이라며 "초기 경력 과학자들은 이미 자금 부족과 고용 불안정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예산 삭감은 정부 재정 문제로 촉발됐지만, 정부는 즉각적 연구결과 뿐 아니라 미래 세대 전문가 양성에 있어 R&D 투자의 중요한 역할을 간과하고 있다고 이들은 짚었다.
특히 대학은 학생 수가 급격히 줄어드는 문제와 기초연구를 산업 연구로 전환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기초과학 연구자들의 설 자리가 더 없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2013년 188개 대학 중 54개였던 물리학과 보유 대학이 2022년 45개로 줄어든 점을 지적하며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기초연구 분야 교수직이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들은 일부 기초 연구 프로젝트 자금 삭감으로 신진 연구자들이 새 프로젝트를 시작할 기회도 줄어들고 있다며 자신들은 이미 학생 연구자 모집을 보류하거나 장비 주문을 취소하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정부는 R&D 예산 삭감 근거 중 하나로 신진 연구자에게 자금을 돌리는 것을 들었지만, 정책을 예측할 수 없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두 교수는 "새 과제에서 젊은 과학자 지원액은 늘었지만 진행 중인 프로젝트는 10% 삭감했다"며 "이런 움직임은 모순적이고, 연구에 들이는 노력의 안정성과 연속성을 훼손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연구자 인건비 문제로 교수들에게 교육과 산학협력, 지역사회 참여 등 과도한 부하를 줘 연구 능력이 떨어지고 있는 일본의 사례를 들고 이것이 한국이 직면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해결책은 신진 연구자를 지원하는 것"이라며 "쇠퇴가 시작되기 전 젊은 연구자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shj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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