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 압박에 극단적 선택한듯…나발니 사망후 '공포정치' 확산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의 대규모 인명피해를 언급한 한 러시아 블로거가 사망했다.
반정부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의문사와 맞물려 러시아 당국의 통제가 강화된 가운데 숨진 블로거는 게시물에 대한 군대의 압박이 있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21일(현지시간)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 CNN 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지해온 친크렘린 블로거 안드레이 모로조프(44)가 이날 숨졌다고 그의 변호사 막심 파쉬코프가 밝혔다.
파쉬코프는 사인을 언급하지 않았다.
CNN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 매체와 러시아 내 여러 친크렘린 군사 블로거들은 모로조프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전했다.
'무르즈'(Murz)로 알려진 모로조프는 우크라이나 동부 격전지 아우디이우카 전투와 관련한 러시아군 인명피해를 언급했다가 러시아군으로부터 압박을 받았다고 NYT가 설명했다.
러시아군은 지난 17일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쿠주의 격전지 아우디이우카를 장악했다고 선언했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중요한 승리"라고 치하했다.
러시아에는 작년 5월 바흐무트 점령 이후 최대 전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모로조프는 최근 소셜미디어 텔레그램에서 러시아군이 아우디이우카를 공격하면서 병력 1천600명과 장갑차 300대를 잃었다고 주장했다.
이런 언급에 러시아 내 일부 친정부 선전가들이 비난을 쏟아내자 모로조프는 지난 20일 자신을 겨냥한 위협이 있었다며 그 게시물을 지웠다.
모로조프는 다음 날 일련의 게시물을 통해 아우디이우카에 관한 언급 때문에 괴롭힘을 당하고 있고 '대령 동지'(Comrade Colonel)라는 누군가로부터 게시물을 삭제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또 구독자들에게 슬퍼하지 말고 자신을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러시아가 점령한 뒤 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에 붙인 명칭)에 묻어달라고 요청하며 극단적 선택을 할 뜻을 밝혔다.
NYT는 모로조프에 대한 위협이 지난주 나발니 사망 이후 러시아 정부가 반대 의견들을 근절하려고 시도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고 짚었다.
푸틴 대통령의 정적으로 러시아 반체제 운동의 구심점 역할을 한 나발니가 지난 16일 시베리아 교도소에서 숨진 뒤 러시아 당국은 검열과 통제를 강화했다.
정부는 시민들에게 나발니 사망과 관련해 불법 시위에 참여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추모객 등 최소 400명을 체포했다.
또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20일 우크라이나를 지원했다는 이유로 미국과 러시아 이중국적자인 33세 여성을 반역죄로 기소했다.
러시아 법무부는 같은 날 미국 의회 자금을 지원받는 자유유럽방송(RFE/RL)을 '부적격 조직' 명단에 올리고 활동을 금지했다.
게다가 모스크바 법원은 간첩 혐의로 붙잡혀 있는 에반 게르시코비치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의 재판 전 구금 기간을 다음 달 30일까지로 연장했다.
CNN은 모로조프 사망과 관련해 친크렘린 블로거들까지 러시아 당국의 탄압을 받는 분위기를 전했다.
CNN은 "친러시아 군사 블로거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러시아군과 국방부를 어느 정도 비판할 자유가 있었지만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반란 실패 후 러시아 정부는 극단적 민족주의 저술가들을 탄압하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연방보안국 장교 출신인 러시아 유명 군사 블로거 이고르 기르킨은 작년 7월 푸틴 대통령을 비판했다가 극단주의 활동을 대중에게 선동한다는 혐의로 체포됐고 지난달 법원에서 징역 4년 형을 선고받았다.
러시아 민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이었던 프리고진은 작년 6월 러시아군 수뇌부와 갈등 등으로 무장 반란을 일으켰다가 실패한 뒤 지난해 8월 의문의 전용기 추락으로 숨졌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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