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낮춘다고 경제문제 해결되지 않아"…결국 정부 압력 수용 전망도
(방콕=연합뉴스) 강종훈 특파원 = 기준금리 인하를 둘러싼 태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22일 현지 매체 방콕포스트와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태국중앙은행(BOT)은 세타 타위신 총리의 기준금리 긴급 인하 요구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세타풋 수티왓나루에풋 BOT 총재는 기준금리 인하를 위한 금융통화위원회 특별회의를 소집할 필요가 없으며, 국내 경제를 짓누르는 문제가 통화정책을 뒤집는다고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의 전날 인터뷰에서 "기준금리를 낮춘다고 중국 관광객들이 태국에서 더 많은 돈을 쓰거나 중국 기업들이 태국산 석유화학제품을 더 수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딘 관광산업 회복과 수출 부진 등으로 경제가 침체한 상황에서 정부가 금리만 문제 삼고 있다는 비판이다.
정부와 BOT는 경제 상황과 적정 금리 수준에 대한 이견으로 마찰을 빚어왔다.
재무장관을 겸직 중인 세타 총리는 "태국 경제가 위기에 빠져 있다"며 기준금리 인하를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BOT는 지난 7일 기준금리를 2.5%로 동결했다.
그러자 세타 총리는 다음 정기 회의인 4월 10일 이전에 금통위 특별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인하하라고 촉구했다.
세타풋 총재가 거부 입장을 밝히면서 통화정책 관련 갈등이 더욱 심해지는 모양새다.
중앙은행은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독립 기관으로 원칙적으로 정부가 직접 지시하거나 개입할 수 없다.
총리가 공개적으로 기준금리 인하를 요구하고 중앙은행이 이를 거부하며 논쟁을 벌이는 상황은 이례적이다.
BOT가 일단 금리를 동결하고 특별회의 소집 요구도 거부했지만, 시장에서는 최근 경제 지표를 고려하면 4월에는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유벤 파라큘레스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BOT가 총리의 금리 인하 압력과 취약한 경제지표 사이에서 다소 진퇴양난 상황에 있다"며 당장 정치적 압력에 굴복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4월에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BOT는 2022년 8월 이후 지난해 9월까지 여덟 차례 금통위 회의에서 연속으로 금리를 올렸다. 기준금리는 10년 만에 최고 수준이 됐다.
지난해 태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9%였다.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달 1년 전 같은 달과 비교해 1.11% 하락해 약 3년 만에 최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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