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음제 의심 음료도 판매…청소년 보호 '사각지대' 지적
알리 "해당 상품 즉시 조치…선제 모니터링 시스템 강화"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직장인 김모(39) 씨는 '물건이 싸고 괜찮으니 한번 이용해보라'는 직장 동료의 말을 듣고 알리익스프레스 애플리케이션(앱)을 깔고 상품을 검색하다가 낯 뜨거운 경험을 했다. 추천 검색어로 '매춘 의상', '여성 전신 인형', '욕망 원피스' 등이 올라가 있었던 것.
김씨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가 휴대전화를 만지다가 이를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곧바로 앱을 삭제했다고 말했다.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중국계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인 알리익스프레스를 둘러싼 논란은 가품(짝퉁)이나 불법 상품 판매 등에만 머물지 않는다.
알리익스프레스 모바일 앱이나 웹상에 노출되는 선정적인 광고 사진·영상, 검색어 등이 청소년에게 또 다른 유해 환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일례로 '속옷'을 검색하면 일반적으로 착용하는 속옷보다 성인용품이 상당수 표출된다. 일부 상품은 누가 봐도 선정적이라고 느낄 만한 이미지나 영상이 함께 나타난다.
이는 알리익스프레스에 회원가입을 하지 않아도 앱이나 웹에서 누구나 볼 수 있다.
'최음제'로 의심되는 정체불명의 상품 광고도 다수 있다. 상품 설명에는 복용 후 강한 성적 욕망을 유발하며 부작용은 없다고 소개한다. 해당 상품은 성인 인증 없이도 구매 가능하다. 인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약물성 상품이지만 성분 표시도 찾아보기 어렵다.
이런 상품 광고나 판매·유통은 엄연히 약사법 위반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최음제는 진짜인지, 가짜인지 여부를 떠나 그런 효과를 낸다고 광고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전문의약품 성분을 포함한 발기부전치료제나 흥분제, 최음제 등을 온라인에서 불법 판매하다가 적발되면 대부분 수사 의뢰를 거쳐 형사 처벌된다.
이는 청소년보호법 위반 소지도 있다. 청소년보호법은 음란한 행위를 조장하는 등 청소년 심신을 심각하게 손상할 우려가 있는 것을 청소년 유해 물건으로 지정하고 광고·판매·유통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이밖에 청소년보호법상 청소년 유해 물건으로 지정된 레이저포인터가 '19금'으로 분류되지 않은 채 판매되는 사실도 확인된다.
레이저포인터는 무분별하게 사용되면 시력 손상이나 화상 등을 유발할 수 있어 국내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하려면 반드시 성인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여성가족부는 최근 레이저포인터로 반려동물을 괴롭히는 사례가 논란이 되자 온라인 쇼핑몰에서의 해당 상품 판매 관련 점검을 강화하기로 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알리익스프레스가 '립서비스'가 아닌, 실질적으로 국내법을 준수할 의지가 있다면 판매자와 상품 모니터링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온라인 쇼핑몰 시장 질서는 법·제도 정비와 업계 자정 활동을 통해 지난 십수년간 다져온 것"이라며 "알리익스프레스가 한국 시장에서 그 규모에 걸맞은 제대로 된 이커머스로 자리 잡으려면 우선 한국 법을 존중하는 상품 광고·판매 시스템부터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알리익스프레스 측은 "해당 제품은 즉시 조치됐다"며 "내부적으로 국내(한국) 규정을 준수하지 않는 제품을 금지하기 위한 조치를 적극적으로 취하고 있다. 발견 즉시 조치하는 것은 물론 예방을 위한 선제적인 모니터링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아직 현지화 초기 단계라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며 "이른 시일 내에 더 많은 진전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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