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행 불법 이주민 수용소 알바니아에 건설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이탈리아와 알바니아의 이주민 협정이 양국 의회에서 모두 승인됐다.
알바니아 의회는 22일(현지시간) 이탈리아와 이주민 협정 승인을 표결에 부쳐 찬성 77표, 반대 0표로 가결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총 140석의 알바니아 의회는 에디 라마 총리가 당수인 사회당(73석)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
이제 이 협정은 바이람 베가이 알바니아 대통령의 최종 서명만을 남겨두게 됐다.
앞서 이탈리아 의회는 지난달 하원에 이어 이달 15일 상원에서도 이 협정을 통과시켰다.
이번 협정은 이탈리아로 몰려드는 아프리카·중동 불법 이주민을 수용하기 위한 이주민 센터 2곳을 제3국인 알바니아에 건설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탈리아 해경이 해상에서 구조한 불법 이주민을 알바니아의 이주민 센터로 보내 망명 신청 심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머물게 하거나 출신국으로 송환할 계획이다.
노인, 어린이, 임산부 등 도움이 필요하거나 국제구호단체가 구조한 이주민, 이탈리아에 직접 상륙한 경우는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탈리아는 이를 통해 알바니아에서 연간 3만6천명의 망명 신청을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탈리아는 헙정의 대가로 알바니아에 1천650만유로(약 238억원)를 지불할 계획이다.
이번 협정은 불법 이주민이 급증하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이탈리아와 유럽연합(EU) 가입 지지를 바라는 알바니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2022년 9월 총선에서 아프리카 해안을 봉쇄해서라도 불법 이주민 유입을 막겠다고 약속했다.
멜로니는 반이민 정서를 등에 업고 이탈리아 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로 선출됐지만 그의 공약과는 달리 이주민 유입 차단 노력은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이탈리아 내무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이탈리아 해안으로 넘어온 불법 이주민은 15만7천명에 달했다. 2022년 10만5천명과 비교해 크게 늘었다.
이탈리아 최남단의 작은 섬 람페두사에서는 수용 시설이 감당할 수 없는 규모의 이주민이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대혼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멜로니 총리는 집권 기반을 다지기 위해 불법 이주민 문제를 해결해야 할 필요가 있었고 이에 따라 알바니아와 이주민 협정을 체결했다.
국제 인권단체에서는 이를 '망명의 외주화'라고 비판했지만 유럽연합(EU)은 이 협정이 EU 법률을 위반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알바니아 헌법재판소도 "합의가 알바니아 영토 보전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밝혀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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