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160M 탑승 30분 비행…우크라사태 2년, 러 대선 앞두고 핵전력 과시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71)이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초음속 장거리 전략폭격기 투폴레프(Tu)-160M을 직접 타고 비행하며 핵전력을 과시했다.
타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러시아 타타르스탄공화국 카잔의 항공 공장 활주로에서 승무원 일원으로 Tu-160M에 탑승, 약 30분 동안 비행했다. 이륙 전 준비에는 약 45분이 소요됐다.
특별 비행복을 입고 비행을 마친 푸틴 대통령은 "Tu-160M의 기술은 훌륭하다"며 "새로운 세대의 항공기로 군사적 능력이 매우 좋다"고 극찬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이 전략폭격기를 군에 도입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러시아 공군은 2027년까지 현대화된 Tu-160M 10기(총 150억루블·약 2천100억원)를 인도받을 예정이다.
러시아 국영 방송 등 현지 언론들은 푸틴 대통령이 Tu-160M에 올라탄 뒤 이륙을 준비하고 이·착륙하는 전 과정을 상세히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전날 Tu-160M의 조종석에 직접 앉아 본 데 이어 이날 직접 타고 비행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의 비행이 전날 결정됐으며 이날 푸틴 대통령의 비행경로는 군사 비밀이라고 밝혔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블랙잭'이라는 코드명을 붙인 Tu-160M은 기체 전체가 흰색으로 도색돼 '백조'라고도 불린다.
냉전 시대 소련이 개발한 Tu-160을 80% 이상 업그레이드해 현대화한 것으로 가변익(상황에 따라 상태를 바꿀 수 있는 날개)을 채택했으며 최대 속도는 마하 2다.
4명의 승무원이 탑승할 수 있으며 순항미사일 또는 단거리 핵미사일 12기를 탑재할 수 있다. 재급유 없이 1만2천㎞를 한 번에 비행할 수도 있다.
타스 통신은 Tu-160M이 군용기 역대 가장 큰 초음속 항공기이자 세계에서 가장 무거운 전투기라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이 군용기 조종석에 앉아 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2005년 군사 훈련에 참여해 개량 전의 Tu-160을 타고 비행한 적이 있다. 2000년에는 수호이(Su)-27 전투기를 타고 체첸을 방문했다.
푸틴 대통령은 2022년 2월 24일 시작한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 2주년을 앞두고 군사 성과를 과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특히 다음 달 대통령 선거에서 5선에 도전하는 푸틴 대통령은 최근 반정부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의 석연치 않은 사망으로 서방의 거센 비판을 받는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핵전력을 자랑했다.
비행을 마친 뒤 푸틴 대통령은 대형 카마즈 트럭을 직접 운전해 카잔 인근 M-12 고속도로에 도착, 고속도로 개발에 대한 발표를 듣고 물류회사 업체 대표들과 운전자들을 만났다.
과거에도 그는 여러 차례 카마즈 트럭을 직접 운전했으며, 수륙양용 차량을 운전하거나 패러글라이딩을 타고 웃통을 벗고 말을 타는 모습 등을 보이며 강한 지도자 이미지를 구축했다.
이날 러시아 국방부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에서 서쪽으로 약 5㎞ 떨어진 작은 마을 포베다를 장악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선은 지난 몇 달 동안 교착 상태에 있었으나 최근 러시아는 지난 17일 격전지 아우디이우카를 점령했다고 발표하는 등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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