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존립 위기와 함께 거론되는 'AI 무기화' 공언
군사위협 점점 과격…서방대치 속 핵무력 시위도 지속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군비통제나 영토주권 존중과 같은 기존 세계질서에 저항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인공지능(AI) 무기화까지 공식적으로 거론하고 나섰다.
러시아 관영 스푸트니크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2주년을 하루 앞둔 23일(현지시간) 군사 장비에 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할 계획이라는 점을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국경일인 '조국 수호자의 날'을 맞아 공개한 화상 연설에서 최근 몇 년간 러시아 군수업체의 생산 역량이 증가했다며 "더 향상된 군사 장비의 개발과 제조, 그리고 AI 기술을 군수 산업에 도입하는 것이 그다음 차례"라고 말했다.
최근 AI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국제사회에서는 AI 무기화에 대한 우려가 인류 존립 위기와 함께 제기될 정도로 심해졌다.
AI가 무기에 접목될 경우 생사 결정권이 인간이 아닌 기계로 넘어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살상력이 훨씬 강해질 것이라는 경고가 많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작년 말 정상회담 의제 중에도 핵무기에 AI를 접목해서는 안 된다는 게 있을 정도였다.
푸틴 대통령의 AI 무기화 언급은 그가 이끄는 러시아가 점점 호전적으로 불안정하게 변해가는 과정에 있어서 더 큰 우려를 산다.
그는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시한 이후 전세가 불리할 때면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위기를 군사력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왔다.
특히 러시아는 최근 들어 인공위성을 파괴해 세계 경제를 마비시킬 핵무기를 지구 궤도에 배치할 계획을 세우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지구촌 곳곳에서 분쟁이 이어지면서 AI 무기가 실제 전장에 활용되는 사례도 속속 이어진다.
규제권 밖으로 여겨지는 러시아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들에도 국제사회의 규제 논의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세계 150여개국은 지난해 12월 AI 무기를 비롯한 무기 체계의 자동화 등 새로운 군사 기술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는 유엔 결의안에 지지했다.
이날 AI 무기화를 공언한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의 군사 성과를 과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날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초음속 장거리 전략폭격기인 투폴레프(Tu)-160M을 직접 타고 비행하며 핵전력을 과시한 푸틴 대통령은 최근 카잔 러시아군 기지에 Tu-160M 4대를 전달했다고 이날 밝혔다.
러시아 공군은 2027년까지 현대화된 Tu-160M 총 10기(총 150억루블·약 2천100억원)를 인도받을 예정이다.
다음 달 대통령 선거에서 5선에 도전하는 푸틴 대통령은 최근 반정부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의 석연치 않은 죽음과 관련해서도 서방의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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