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WM 등 주요사업 경쟁 격화에 '현장서 잔뼈굵은 수장' 내세워 정면승부
NH·대신·하이證 등 6곳도 곧 CEO 임기만료…"낙하산으로는 백전백패"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 최근 여의도 증권가가 전문성과 현장경험으로 무장한 최고경영자(CEO)로 속속 수장을 교체하며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어 주목된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침체로 인한 딜 부족,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른 신사업 발굴, 각종 리스크 관리 강화 등 증권업계 불황의 파고는 여전히 높고 산적한 과제에 경쟁은 한층 치열해진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공교롭게도 주요 증권사의 CEO 교체 주기가 연말연시에 집중되면서 저마다 내공을 갖춘 실무형 CEO를 앞세워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부터 올해 초까지 주요 증권사 여섯 곳의 CEO가 교체됐다. 미래에셋증권[006800]을 비롯해 한국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016360], 메리츠증권, 키움증권[039490] 등이다.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지난해 연말 창립멤버 최현만 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나고 김미섭·허선호 부회장 각자 대표이사 체제를 출범시켰다.
허 부회장은 직전까지 자산관리(WM) 사업부 대표를 맡으며 몸소 자산관리 비즈니스를 키운 경험이 있고, 김 부회장 역시 미래에셋자산운용 홍콩·싱가포르·브라질 법인 대표, 글로벌사업부문 대표, 대표이사 등을 두루 거쳐 현장에 능통하다. 현재 미래에셋운용의 실적 효자 노릇을 하는 미국 상장지수펀드(ETF) 운용 자회사 글로벌엑스(Global X) 인수 등을 이끌며 글로벌 사업 내공을 쌓았다.
작년 말 정일문 사장으로부터 바통을 새로 이어받은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새 대표도 직전까지 개인고객그룹장을 맡았고, 2004년 한국투자증권에 합류한 뒤 PF·채권운용·기업금융(IB)·경영기획·리테일 등을 두루 거쳐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또 삼성증권의 새 수장 박종문 대표 역시 삼성생명[032830] 금융경쟁력제고 태스크포스(TF)장 출신이자 직전까지 삼성생명 자산운용부문장을 맡았고, KB증권의 박정림 대표 후임인 이홍구 대표도 직전까지 WM영업총괄본부 부사장을 맡은 실무형 인재다.
그밖에 메리츠증권의 장원재(메리츠증권 영업 및 운용부문 부문장)·키움증권의 엄주성(전략기획본부 본부장) 신임 대표 역시 회사 안에서 전문성과 내공을 차곡차곡 쌓아 대표 자리까지 올랐다.
증권가의 이 같은 '세대교체' 바람은 업계가 직면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그간 증권사들의 몸집 불리기에 기여했던 IB 사업은 국내 PF 시장 침체에 따른 딜 감소, 사업장 리스크 관리, 해외 부동산 투자 손실 등 각종 악재로 위축됐다.
IB 분야에 뛰어드는 회사가 늘어나면서 회사채, 기업공개(IPO), 인수금융 같은 전통적인 사업 영역의 경쟁은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IB 파트가 위축되면서 상대적으로 고객 자산관리로 수수료 이익을 얻는 WM 부문의 경쟁도 더욱 치열해졌다.
법인 대상으로 영업을 펼치는 홀세일 사업도 여의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로 대차 관련 사업 규모가 50% 가까이 축소됐다"며 "오는 6월 이후에도 공매도 금지가 연장된다면 증권사들이 해당 사업을 유지할지를 고민해봐야 할 정도"라고 털어놨다.
여기에 AI 열풍으로 디지털 사업 분야가 새로 열리면서 토큰증권(STO) 등 신사업 발굴에 각 사가 속도를 내고 있고, 증권·핀테크·은행 등 업권 간 경쟁으로까지 확대된 상태다.
이처럼 업계 경쟁 심화하면서 당장 1분기에 수장 교체를 앞둔 증권사들에 이목이 쏠린다.
현재 NH투자증권[005940](정영채)과 대신증권[003540](오익근)을 포함해 하이투자증권(홍원식), SK증권[001510](김신), DB금융투자[016610](곽봉석), 한양증권[001750](임재택) 등의 대표가 다음달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NH투자증권이나 하이투자증권 등 금융지주사 산하의 증권사는 대표 선임에 지주사 '입김'이 작용해 증권업계 경험이 부족한 외부 인사가 기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최근 증권업계의 여건과 분위기를 감안하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주요 증권사들이 업계 현장 경험과 전문성으로 무장한 CEO들을 전면에 앞세워 그야말로 꾼들의 전쟁을 벌이는 상황이라, 낙하산 인물로는 백전백패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yk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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