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례서한서 지난해 별세한 찰리 멍거 추모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 '투자의 달인' 워런 버핏(94)이 자신의 절친이자 가장 중요한 사업 동반자였던 고(故) 찰리 멍거에 대해 자신의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이하 버크셔)의 '설계자'였으며 형님이자 아버지 같은 사람이었다고 추모했다.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AP통신 등에 따르면 버핏은 이날 버크셔 주주들에게 보낸 연례 서한에서 지난해 11월 28일 향년 99세로 별세한 멍거에 대해 이같이 찬사를 보냈다.
그는 '찰리 멍거-버크셔 해서웨이의 설계자'라는 제목의 주주 서한 서문에서 멍거가 1965년 자신에게 "괜찮은 기업을 멋진 가격에 사는 것을 포기하고 멋진 기업을 괜찮은 가격에 사는 것"을 추천했으며, 자신이 결국 멍거의 지침을 따랐다고 소개했다.
이어 "멍거는 현 버크셔의 '설계자'였다"면서 "공로는 영원히 찰리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어떤 면에서는 그는 내게 일부는 형님이었고 일부는 다정한 아버지였다. 그는 자신이 옳다는 것을 알고 있을 때조차 내게 주도권을 줬으며, 내가 실수했을 때도 절대, 결코 내 실수를 다시 거론하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버핏은 그간 자신이 투자 철학을 형성한 것은 멍거의 덕분이라고 밝혀왔다.
이날 버크셔가 발표한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은 84억8천100만 달러(약 11조3천억원)로, 전년 동기보다 28% 증가했다.
특히 작년 4분기 말 기준 현금 보유액은 1천676억 달러(약 223조원)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와 관련해 버핏은 서한에서 버크셔의 규모가 거대해지고 다른 투자기업들과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인수 기회가 줄었다고 밝혔다.
그는 버크셔의 실적에 의미 있는 차이를 가져오기에 충분할 정도로 크고 유망한 미국 기업이 극소수만 남았으며, 버크셔와 다른 이들이 이들 기업을 끊임없이 살펴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 바깥의 기업 중에서는 버크셔의 자본을 투입하기에 의미 있는 대안이 되는 후보가 근본적으로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대체로 우리는 눈이 튀어나올 듯한 실적을 거둘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버핏은 또 매체 등에 나오는 이른바 투자 전문가들과 관련해 만약 누군가가 내일 어떤 투자가 성공할지 예언할 수 있다면 그가 과연 자신의 통찰을 공짜로 공유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이는 마치 황금을 찾아낸 뒤에 그 위치를 보여주는 지도를 이웃들에게 건네주는 것과 같다"면서 이런 전문가들을 무시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오는 5월 4일 열리는 버크셔 연례 주주총회에 자신의 후계자로 지명한 그레그 에이벌(60) 부회장, 아지트 자인 부회장(73)과 함께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에이벌 부회장은 2018년부터 버크셔의 비보험 부문 사업들을 모두 관장해왔으며, 자인 부회장은 보험 부문을 맡고 있다.
버핏은 후계 구도와 관련해 서한에서 에이벌 부회장이 "모든 면에서 내일 버크셔의 CEO가 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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