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전자기파 무기 개발 의혹…상업·공공위성 마비 가능
美, 우주조약 근거로 러시아 압박…양국 신경전 가열
(서울=연합뉴스) 이우탁 기자 = 러시아가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의 인공위성을 파괴할 수 있는 위성요격용 핵무기(우주 핵무기)를 지구 궤도 상에 배치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전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특히 미국 정부는 러시아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를 향해 우주핵무기를 배치하지 말라는 경고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CNN방송은 지난 17일(현지시간) 미 정보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가 대량 에너지파를 만들어 위성을 공격하는 핵우주 무기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서 말하는 우주 핵무기는 전자기 에너지 파동과 전기입자를 쏴 궤도 위의 위성을 못 쓰게 만드는 핵전자기파((Electromagnetic Pulse.EMP) 무기를 의미한다. 지구 표면에서 수천㎞ 상공에서 폭발시키는 핵무기라는 뜻에서 '고위도 전자기펄스(HEMP)' 무기라고도 불린다.
핵폭발 때 전자기 펄스가 발생한다는 사실은 핵실험 초창기부터 인지됐다. 특히 높은 고도에서 핵폭발시 전자기 펄스가 훨씬 많이 방출된다는 것도 확인됐다.
결국 러시아가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진 EMP 무기가 사용되면 핵폭발과 동시에 엄청난 에너지파를 생성해 전세계 상업·공공용 위성을 마비시킬 수 있는 것이다. 대부분 나라의 위성통신망이 일시 마비되고 핵 낙진이 떨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세계인들의 일상생활에 극심한 혼란을 야기시키게 되는 것이다.
유엔우주사무국(UNOOSA)에 따르면 지난해 4월까지 집계된 지구 궤도 내 인공위성은 약 7천800기에 이른다.
대기권 밖에 핵무기를 배치하는 것은 지난 1967년 발효한 유엔 우주조약에 위배된다. 우주조약은 냉전 시기 미국과 러시아가 서로 우주 공간에 핵무기를 배치해 상대국을 노리며 우발적인 핵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체결됐다. 현재 미국과 러시아를 비롯해 107개국이 가입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2일 미 정부 당국자들의 말을 인용해 미국이 러시아와 직접 비공개적으로 접촉해 우주 핵무기를 배치하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미러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외교 담당 보좌관인 유리 우샤코프 간 채널을 통해 접촉했다고 WSJ은 전했다.
러시아는 물론 강력히 부인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0일 "러시아는 항상 우주에 핵무기를 배치하는 것을 단호히 반대해왔고 지금도 반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부 차관은 24일 최근 우주에 핵무기를 배치하는 문제로 미국과 접촉한 것에 대해 "이 문제에 대한 진전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타스 통신 등이 전했다.
미국과 러시아간 가열되는 신경전의 향배에 국제사회가 주목하는 상황이다.
lw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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