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조정가 1990년 이래 최저…가계 부담은 전년비 18% ↓
셰일가스 채굴 이후 20년간 '롤러코스터'…업계, 시추 축소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미국의 천연가스 가격이 유난히 따뜻한 겨울 날씨와 자체 생산량 증가로 수십 년 만에 최저 수준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천연가스 선물은 1990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가 시작된 이후 최근 최저가를 기록했다.
3월 인도분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지난주 100만BTU(열량단위)당 1.603달러로 마감됐다. 1년 전에 비해 35%나 하락한 수준이다.
지난 20일에는 1.576달러에 마감하면서, 인플레이션 조정 가격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미국 노동부 조사로도 지난 1월 미국인들의 가스비 부담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8% 줄었다.
이처럼 저렴한 가격은 일반 소비자는 물론 철강과 콘크리트, 제지, 비료 등 천연가스를 많이 사용하는 제조업체들에는 희소식이다.
반면 가스 생산업체들에는 큰 부담이 되면서 이들은 시추 계획을 뒤로 미루거나 공급 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수출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체서피크 에너지(Chesapeake Energy)의 최고경영자(CEO)인 닉 델로소는 "시장은 분명히 공급 과잉"이라며 수요에 따라 공급을 억제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미국의 천연가스 가격은 에너지 생산업체들이 셰일 가스를 채굴하기 시작한 이후 20년 동안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가격이 폭락할 때까지 생산업체들이 넘쳐났다가 가격이 떨어지면 시추 작업이 중단되면서 비효율적인 업체들이 퇴출당한다. 싼값에 수요가 늘고 가격이 회복되면 다시 생산이 느는 식으로 되풀이된다.
코로나19로 시장이 붕괴한 2020년에 100만BTU당 1.50달러 아래로 하락한 것을 제외하면, 1995년 이후 명목상 이처럼 낮은 적도 없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오늘날 1.50달러는 그 당시 약 3달러였다.
업체들은 비상이다.
지난주 미국 최대 생산업체 중 하나인 체서피크 측은 올해 지출을 이전 계획보다 20% 줄이고 생산량도 작년에 비해 약 20% 줄이겠다고 밝혔다.
또 올해 남은 기간 유정을 뚫겠지만 완성하지는 않을 것이며, 가격이 오를 때까지 가스를 땅속에 남겨둘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쟁사들인 EQT와 콤스톡 리소시스 역시 시추 계획 축소를 발표했다.
경영진과 전문가들은 업체들의 지출 삭감 노력이 실제 생산량 감소에 반영되기까지는 몇 달이 걸릴 수 있다고 말한다.
S&P 글로벌 코모디티 인사이츠에 따르면 미국의 일일 생산량은 지난해 12월 1천60억 입방피트에서 이달에 약 1천40억 입방피트로 감소했지만, 이는 여전히 지난해 2월보다는 3.3% 더 많다.
수요는 비정상적으로 적었다. 미국 중서부지역기후센터(MRCC)에 따르면 미니애폴리스, 클리블랜드, 피츠버그 등 대규모 난방 시장의 경우 1950년 이래 가장 온화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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