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80% '쿠세권' 구축…연간 매출, 이마트 첫 추월
주가 반토막·신사업 리스크·노동 문제 등 숙제도 산적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쿠팡이 14년 만에 처음 흑자 전환에 성공한 데는 로켓 배송을 앞세운 유통 혁신이 가장 큰 몫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빠른 서비스와 싼 가격 등의 큰 장점에 소비자들이 몰리면서 쿠팡은 연간 매출이 32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고속 성장을 하면서 국내 유통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커진 몸집에 비해 내부 조직이 아직 성숙하지 않으면서 적지 않은 성장통도 겪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블랙리스트 논란 등 노동 이슈는 가장 시급하게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된 쿠팡Inc는 성장 대비 수익성 우려로 주가가 공모가의 반토막 상태로 떨어졌고, 본사와 창업주가 미국에 있는 해외 법인이라는 점에서도 곱지 않은 시선이 있다.
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기존의 복잡한 택배 관행을 허물고 직매입 기반으로 제조사·쿠팡 물류센터·배송센터를 거쳐 고객에 이르기까지 유통경로를 4단계로 줄인 것이 성장의 발판이 됐다.
쿠팡은 6조2천억원을 물류망 구축에 투입해 로켓배송 가능 지역을 뜻하는 '쿠세권'(쿠팡+역세권)을 전국 260개 시·군·구 가운데 182개(70%)까지 늘렸다.
쿠팡 물류센터는 전국 30개 지역 100여곳이고, 연면적은 2022년 기준 축구장 500개 규모인 370만㎡(112만평)에 이른다.
쿠팡은 물류센터에 상품을 확보해둬다가 출고하기 때문에 당일배송 또는 새벽 배송 등 로켓배송이 가능해졌다. 이에 젊은 층뿐만 아니라 중장년층에도 생활 앱으로 자리 잡는 데 성공했다.
인터넷 트래픽 통계 사이트 '시밀러웹'에 따르면 쿠팡 고객 가운데 55세 이상 비중이 17%를 넘었다.
로켓배송은 한 번 이용한 고객이 계속 이용하게 만드는 '락인 효과'가 크다. 이 때문에 물류망 확장과 충성 고객 증가, 인공지능(AI)과 무인운반 로봇(AGV)을 통한 효율성이 쿠팡 실적의 원동력으로 꼽힌다.
시대적 상황도 성장을 뒷받침했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 성장세에 올라탔고, 코로나 팬데믹 사태로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맥을 못 추는 사이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렸다.
그 결과 국내 유통업계 시장 규모 순위는 이른바 '이마롯쿠'(이마트-롯데쇼핑-쿠팡)에서 '쿠이마롯'(쿠팡-이마트-롯데쇼핑)으로 재편되는 모양새다.
연결기준으로 지난해 이마트와 롯데쇼핑 매출은 각각 29조4천억원, 14조5천억원이다.
쿠팡의 지난해 매출은 31조8천억원으로 이마트를 처음 추월했다. 그러나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의 합산 매출 규모인 35조8천억원을 넘지는 못했다.
또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는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점포 수와 정규직 직원을 줄이면서 긴축을 해왔으나 쿠팡은 전국 물류센터를 중심으로 비정규직 고용인원을 대폭 늘렸다.
그러나 이같은 쿠팡의 외형성장에도 수익성 등 '내적 성장'에 대한 의문은 계속된다.
쿠팡은 6조원대의 누적 적자에 대해 물류망 투자 등을 위해 '계획된 적자'라고 하지만, 시장에서는 "누적 적자를 해소하려면 와우멤버십과 수수료 말고 더 뚜렷한 캐시카우(수익창출원)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3년 전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한 쿠팡Inc의 27일(현지시간) 주가는 16.89달러로, 공모가인 35달러보다 51.7% 떨어졌다.
주가는 상장 이후 내리막길을 걸어 2022년 5월 10달러 밑으로 주저앉은 이후 지금까지 20달러선을 넘지 못하고 있다.
쿠팡은 첫 연간 흑자를 달성했으나 누적적자 때문에 주주 배당 시기도 요원하다.
쿠팡은 주가 상승을 위해 시장의 성장 기대감을 충족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런 점에서 쿠팡은 당분간 쿠팡이츠(음식배달), 쿠팡플레이(온라인동영상서비스), 대만 진출 사업, 파페치(명품 플랫폼) 인수 등 신사업에서 기존 업체들과 경쟁을 위해 투자를 더 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성장사업 부문 매출은 1조299억원(7억8천900만달러·연평균 환율 1,305.41원)으로 전년 대비 27% 증가했으나 연간 조정 EBITDA(이자·세금·감가상각 전 순이익) 손실은 6천83억원(4억6천600만달러)으로 107% 증가했다.
쿠팡은 또 과로사·블랙리스트와 같은 노동 문제나 입점·납품 업체와 갈등 등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이달 중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소속 변호사와 노동계에서 쿠팡의 물류 자회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가 기피 인물 재취업을 막고자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쿠팡이 의혹 제기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자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가 쿠팡 측을 근로기준법·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하면서 양측이 공방을 벌이는 중이다.
앞서 쿠팡은 심야·새벽 배송 종사자, 물류센터 근로자가 사망하면서 노동계와 '과로사' 공방을 반복했고, 주요 제품 납품가를 둘러싸고 CJ제일제당 등 국내 기업들과도 갈등이 불거졌다.
여기에 국내 유통시장 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이마트 등 신세계 계열들과 롯데 유통군도 온오프라인을 재단장하면서 대대적인 반격 채비를 하는 데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쉬인 등 중국 직구 플랫폼의 공격적인 한국 진출도 위협 요소로 꼽힌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알리익스프레스 앱 사용 한국인 수는 717만5천명, 테무는 570만9천명, 쉬인은 221만명으로 셋을 더하면 1천509만명이다.
이는 쿠팡 활성고객((분기에 제품을 한 번이라도 산 고객) 2천100만명의 절반이 넘는다.
알리익스프레스의 모기업 알리바바의 시가총액은 263조원(1천976억달러), 테무와 쉬인을 보유한 핀둬둬(PDD홀딩스) 시가총액은 227조원(1천705억달러)로, 쿠팡 시가 40조원(302억달러)과 차이가 크다.
알리익스프레스는 국내 물류센터 설치를 추진 중이며 한국 상품 판매 전용 공간인 '케이베뉴'(K-venue)를 통해 공산품·가공식품에 이어 신선식품까지 쿠팡의 자리를 넘보고 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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