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7개월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기술주 처분
(서울=연합뉴스) 주종국 기자 = 미국 주요 기업들의 분기 실적 발표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거시경제 지표가 주목되는 시점이 오자 뉴욕 주식시장(NYSE)이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엔비디아의 실적발표를 앞두고 기술 관련 기업주들을 대거 사들였던 헤지펀드들은 이제 빠른 속도로 이 주식들을 처분하고 있다.
26일 (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사상 최고치까지 올랐던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지수는 이날 5,070선으로 소폭 하락했다.
다우와 나스닥 등 다른 지수들도 약세였다.
오는 3월 1일에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선호하는 인플레이션 지표 개인소비지출(PCE) 1월 치가 발표된다. 1년 만에 가장 큰 폭 상승이 예상되면서 연준의 물가상승률 목표 2% 달성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확인해줄 것으로 보인다.
26일 미국 재무부가 국채 2년물과 5년물 경매를 하고 우량 기업들은 회사채를 1천720억 달러(약 229조 원) 어치 발행하면서 채권 금리가 오른 것도 시장에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크리스 라킨은 "이제 거시경제 상황이 무대 중앙에서 주목받는 시기가 왔다"면서 "이달 초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 수치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왔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번 주 나오는 PCE 지표가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하지 않을지, 그리고 이것이 연준의 금리 인하 시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알아보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이 주춤한 데에는 헤지펀드들의 강한 매도세가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골드만삭스 프라임브로커리지 사업부 자료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가 있기 몇 주 전부터 헤지펀드들은 기술주를 많이 매수했다.
하지만 지금은 7개월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이 주식들을 매도하고 있다.
엔비디아가 실적을 발표한 다음 날인 22일을 포함해 지난주에 4일 연속으로 기술주들을 처분했다.
헤지펀드들은 대신에 필수 소비재 기업 등 변동성이 적은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생활용품 제조사 주식 매수가 많았다.
골드만삭스의 피터 캘러한은 "빅테크 기업들의 성장 동력이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엔비디아 실적이 주목받으면서 최근 옵션거래에서도 엔비디아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통신 분석 결과 지난 한 달 동안 미국 주식 옵션 거래에서 엔비디아 프리미엄 비중은 25%나 됐다. 하루 30억 달러(약 4조 원)가량의 옵션 프리미엄이 엔비디아에 붙어 거래됐다. 기존 옵션거래 1위 기업이었던 테슬라를 누른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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