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등 서둘러 진화…미국도 "파병 안한다" 재확인
NYT "일부 북유럽·발트해 국가들은 파병 지지"
'파병 언급' 마크롱, 국내외 반발 직면…독-불 분열 커질 조짐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의 우크라이나 파병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발언의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스웨덴의 합류로 더 커지고 강한 나토를 표방하게 됐지만, 파병 문제가 돌출하면서 우크라이나 대응 해법 등을 놓고 미세하게 균열을 겪는 모습이다.
미국은 물론 독일,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등 주요 유럽 국가들은 파병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고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과 거리를 두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일부 국가는 파병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동안 서방 동맹국 사이에서 '금기'로 여겨졌던 우크라이나 파병 문제가 논쟁의 소재로 떠오른 모양새다.
서방은 그동안 우크라이나 파병은 나토와 러시아 간 국제적 전쟁을 촉발할 위험을 심각하게 높인다고 보고 이 같은 직접 개입에는 확고하게 선을 그어왔다.
우크라이나가 고전하고 미국과 유럽이 추가 군사 지원에 차질을 빚으며 대책을 고민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은 무엇보다 2년을 넘긴 전쟁에서 단합해야 할 서방 대러 전선의 균열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크롱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지원 국제회의 뒤 브리핑에서 나토 회원국의 우크라이나 파병 가능성에 대해 "어떤 것도 배제돼서는 안 된다"면서 "우리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유용하다면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가 앞서 이날 자국 TV 연설에서 나토와 유럽연합(EU)의 일부가 우크라이나에 파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주장한 데 대한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마크롱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국내외에서 거센 비판과 반발을 불러왔다.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에 미국과 독일,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스웨덴, 체코 등은 우크라이나 지상군 파견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즉각 부인하고 나섰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도 AP 통신에 나토는 그러한 계획이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
러시아는 "파병 시 러시아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직접 충돌이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프랑스 당국자들은 이후 마크롱 대통령은 논의를 활성화하기를 바란 것이며 비전투 역할만 검토한다고 해명했지만, 동유럽 등 일부 국가가 프랑스의 입장에 동조하는 태도를 보이면서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미국도 병력 파견은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며 선긋기에 나섰다.
에이드리언 왓슨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27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서 싸울 부대를 파견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고 밝혔다.
팻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도 "단지 분명히 하겠다. 우리는 우크라이나에서 싸울 군인을 보낼 계획이 없다"며 "대통령은 이에 대해 매우 분명히 밝혀왔고, 계속 그것이 우리 입장"이라고 말했다.
한 유럽 군사 당국자는 일부 북유럽, 발트해 연안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파병을 지지했다고 말했다고 NYT는 전했다.
가브리엘 란츠베르기스 리투아니아 외무 장관은 "이러한 시기에는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정치적 리더십과 야심,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했고, 이 나라 국가안보 고문은 자국이 우크라이나 병력을 훈련할 군사 인력 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현지 매체가 보도하기도 했다.
로이터 통신은 일부 동유럽 당국자들은 서방이 러시아에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는 레드라인을 설정해야 한다는 생각을 지지했다고 전했다.
한 동유럽 외교관은 로이터에 서방군 파병에 대한 공개적 논의는 우크라이나의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면서 "이는 우리 생각보다 상황이 훨씬 더 나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우크라이나 파병 가능성을 두고 나온 나토 국가들의 분열된 메시지는 서방 동맹국들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새로운 방안을 두고 합의에 얼마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나토가 핀란드와 스웨덴이라는 신규 회원국의 합류로 더 강해졌지만, 우크라이나 해법을 찾는 데는 여전히 곤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당장 친러 성향의 슬로바키아와 헝가리는 무기 지원보다 협상이 먼저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이 탄약 등 무기 추가 지원이라는 보다 시급한 문제에 집중해야 할 시점에 주의를 분산시키며 혼란만 낳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번 논란은 동시에 유럽의 정치적 협력에 핵심적인 프랑스와 독일의 관계에 긴장감을 높일 조짐도 보이고 있다.
당장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우크라이나 땅에 유럽 국가나 나토 국가들이 파견한 지상군이나 군인은 없을 것이라고 직설적으로 밝혔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전했다.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는 "프랑스가 우크라이나를 더 강력히 지원할 방법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라면 기쁜 일이지만, 내가 제안을 할 수 있다면 더 많은 무기를 보내라"라고 말하고 싶다고 지적했다.
로이터 통신은 최근 독일 당국자들은 프랑스가 우크라이나에 충분한 군사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 EU 외교관은 마크롱의 발언은 동맹국 사이에서 신뢰를 잃어가며 불협화음을 야기했다고 평가했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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