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유지된 인지세 등 폐지…올해 경제성장 목표치 2.5∼3.5% 제시
(서울=연합뉴스) 홍제성 기자 = 홍콩 정부가 침체한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 10년간 지속돼 온 부동산 거래 규제 조치를 전면 폐기하고 나섰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외신 등에 따르면 폴 찬 홍콩 재무장관은 28일 홍콩 입법회(국회)에서 한 예산 연설을 통해 "홍콩의 경제 부진과 재정 예비비 축소에 대한 해결책의 일환으로 부동산 거래의 모든 제한을 철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로써 투기를 억제하기 위해 지난 10년간 시행돼 온 각종 규제 조치는 곧바로 폐기됐다.
구체적으로 홍콩에 거주하지 않는 사람이 부동산을 구매할 때 냈던 부동산 가격의 15%에 달하는 인지세와 두 번째 주택 구매자(2주택자)에게 부과해 온 부동산 가격의 7.5%에 달하는 인지세 등이 모두 폐지됐다.
천 장관은 "오늘부터 특별인지세와 구매자 인지세 등을 납부할 필요가 없다"며 "홍콩 경제와 부동산 상황을 고려할 때 이런 규제 조치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홍콩 통화당국도 부동산 대출에 대한 요건을 완화할 예정이라고 SCMP는 전했다.
자가 거주용 부동산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3천만홍콩달러(약 51억원) 이하의 경우 70%(기존 60%), 3천500만홍콩달러(약 60억원) 이상 주택은 60%로 각각 인상된다.
소유자가 직접 거주하지 않는 부동산의 LTV 역시 50%에서 60%로 적용된다.
이런 조치는 장기 침체를 겪고 있는 부동산 경기를 적극적으로 부양하겠다는 당국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홍콩 부동산 시장은 지난해 거래 규모가 3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미분양 주택 재고가 16년 만에 최고를 기록할 정도로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다.
천 장관은 이날 홍콩의 주요 산업인 관광 활성화를 위해 약 10억홍콩달러(약 1천700억원)를 배정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그러면서 홍콩의 재정적자가 급증, 재정 예비비가 최근 10년간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며 보수적인 집행 입장도 밝혔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홍콩 당국은 고소득자에게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할 방침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오는 4월부터 2단계 소득세 시스템이 도입돼 최대 500만홍콩달러(약 8억5천만원)의 연간 소득에 대해 15%, 그 이상에 대해서는 16%의 세금이 부과된다.
이번 조치는 납세자의 0.6%에 달하는 1만2천여명에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천 장관은 "이로 인해 연간 약 9억1천만달러(약 1조2천100억원)의 추가 세수가 확보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홍콩의 세율은 여전히 다른 선진국보다 낮다고 강조했다.
SCMP에 따르면 증권거래소 규제당국도 주식시장 침체에 대응하고 유동성을 높이기 위해 상장요건 완화 등의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한편, 홍콩 당국은 올해 홍콩의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2.5∼3.5%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 3.2%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범위 안에 있는 것이지만, 침체한 경기 등을 고려할 때 다소 보수적으로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j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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