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젠 부회장 "AI는 위력적인 도구…신중히 사용해 신약 개발"

입력 2024-02-29 07:00  

암젠 부회장 "AI는 위력적인 도구…신중히 사용해 신약 개발"
알파고-이세돌 대국은 AI '전환점'…양질의 데이터 확보 총력
"AI, 화학자 대체 못하나 시뮬레이션으로 생명 연구할 날 올 것"



(서울=연합뉴스) 나확진 김현수 기자 = "넷플릭스에서 인공지능(AI)이 추천한 콘텐츠는 재미가 없으면 약간의 시간 낭비를 했을 뿐이죠. 하지만 우리가 다루는 분야는 사람의 건강·질병 등 훨씬 심도 있는 분야입니다"
데이비드 리스 암젠 수석 부회장 겸 최고 기술 책임자(CTO)는 지난 27일 연합뉴스와 서울 중구 암젠코리아 본사에서 진행한 단독 인터뷰에서 AI가 신약 개발을 위한 '위력적인 도구'지만, 생명 공학에 적용할 때는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암젠이 추구하는 것은 양질의 의약품을 환자를 위해 개발한다는 철학 아래, 위력적인 툴(도구)을 가지는 것"이라며 "암젠의 과학자들은 AI를 책임감 있고 온전하게 활용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며 업무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사우전드오크스에 본사를 둔 암젠은 전 세계 약 100개 국가에 진출한 다국적 제약사다.
리스 부회장은 지난 26일 개막한 '국제 AI 의료제품 규제 심포지엄'(AIRIS 2024)에 연사로 참석해 AI 신약 개발 사례를 발표했다.
2005년 암젠에 합류한 그는 연구·개발 총괄로서 R&D 조직을 이끌었으며, 현재 암젠의 AI·첨단 기술 부문을 맡고 있다.
리스 부회장은 2016년 AI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을 보며 신약 개발에 AI가 적용될 것으로 예상했으며, 현재 AI 발전이 중요한 전환점에 있다고 평가했다.
리스 부회장은 "바둑은 체스보다 훨씬 복잡하고 가설을 세우고 학습해야 하는 게임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생명 공학 분야에도 AI를 활용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지 상상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암젠은 10여년 전부터 방대한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2012년 유전학 연구 기업 '디코드'(deCODE)를 인수해 자회사인 디코드 제네틱스를 설립했으며, 신약 발굴을 위한 생성형 AI 모델 구축을 위해 지난 달 엔비디아와 협력하기도 했다.
리스 부회장은 "엔비디아와 협업해 200 테라바이트가 넘는 유전체·단백체·전사체·환자들의 양상을 볼 수 있는 표현형 데이터 등을 모두 분석할 수 있게 됐다"며 "생물학과 인간의 질병에 대해 훨씬 깊은 통찰력을 얻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약 개발은 후보 물질 발굴부터 약물 설계, 동물 실험, 임상에 이르기까지 평균 10∼12년이 걸리는 '고위험 고수익' 사업으로 꼽힌다. AI가 신약 개발에 적용되면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해 질병의 표적을 파악하고 검증함으로써 개발 기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리스 부회장은 "신약 후보 물질을 발굴할 때까지 여러 단계를 반복해서 엔지니어링 작업을 해야 한다"며 "AI 머신러닝과 전통적인 연구소의 경험을 결합하면 이런 과정을 50∼70% 단축하고, 임상 이전 단계에 드는 기간을 약 1∼2년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암젠이 개발한 머신러닝 알고리즘 '아토믹'을 임상 기관 분석에 활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업계에서 느끼는 고충은 임상 시험 대상자를 모집하는 것"이라며 "전통적인 모집 방법보다 2.5배 더 많은 환자를 모집하는 결과를 보였다"고 말했다.
AI가 존재하지 않거나 거짓 답변을 하는 할루시네이션(환각 현상), 인종·성별 등에 따라 편향된 진단을 내놓는 한계 등에 대해서는 데이터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AI 모델을 개발하기 위한 적절한 트레이닝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며 "가능하면 대표성이 있는 이질적인 데이터를 확보해 모델을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확성 등 검증 작업에도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며 "다만 환자 관리 등 중요한 의사 결정에는 인간이 검토하고, 필요할 경우 편집하는 등 인간이 개입하는 단계를 만들어 놓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간이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될 수준으로 AI의 결정이 고도화되는 시대가 올지 묻는 말에는 "저의 능력 밖의 문제 같다"면서도 "감수해야 하는 위험보다 환자의 이익이 크다면 결정하는 '리스크&베네핏'의 프레임워크를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리스 부회장은 AI가 화학자를 완전히 대체할 순 없지만,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생명 현상을 연구하는 '인실리코'(in silico)가 언젠가는 구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AI 가 화학자를 대체할 것인가에 대한 대답은 '아직은 아니다'"라며 "AI는 대체의 개념보다는 활용 툴(도구)로 사용할 수 있는 개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언젠가는 대부분의 작업을 인실리코로 하고, 사람은 적은 양의 실험만 수행하는 날이 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AI 발전 속도에 걸맞은 규제 환경이 미국에서 조성되고 있는지 묻자 "아주 초기 단계에 있다"며 "FDA(미국 식품의약청)를 비롯한 규제 당국에서 AI 가이드라인을 개발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리스 부회장은 제2의 암젠을 꿈꾸는 국내 생명 공학 스타트업에 조언을 건넸다. 암젠은 생명공학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골든 티켓 어워드'를 진행하며 과학자 멘토링 등 다양한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그는 "골든 티켓 어워드를 통해 성장하는 기업들을 보면 큰 보람을 느낀다"며 "암젠이 이룩한 것을 사회에 환원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과제를 선정해 끈기 있게 추진해야 한다"며 "각국의 스타트업을 만나보면 2년 안에 프로젝트를 끝내겠다는 얘기를 듣곤 하는데, (생명 공학 분야는) 훨씬 장기적인 관점으로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rao@yna.co.kr
hyunsu@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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