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원 역사상 최장수 대표…"삶의 다음 단계로 넘어갈 때 알아야"
트럼프 '대선사기' 주장 동조 안해 갈등…고령논란 바이든엔 압박될 수도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미국 상원의 최장수 원내대표이자 같은 공화당 소속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불편한 관계로 노골적인 사퇴 압박을 받아왔던 미치 매코널 상원 의원이 대선을 전후해 상원 공화당 1인자 자리에서 물러날 계획이다.
매코널 원내대표가 28일(현지시간) 상원에서 오는 11월에 원내대표직을 사임하겠다고 밝혔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올해 82세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인생에서 그 가치를 가장 인정받지 못하는 재능 중 하나는 삶의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할 때가 언제인지를 아는 것"이라며 "이번이 상원의 공화당 지도자로서 내 마지막 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AP통신은 매코널의 사임 결정이 공화당의 대대적인 이념적 전환에 마침표를 찍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매코널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상징하는 전통적인 보수주의를 따르고 국제 동맹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지금의 공화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중영합주의와 고립주의 노선으로 흐르고 있다.
이 때문에 매코널 원내대표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트럼프를 지지하는 공화당 강경파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처음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협력했지만 대선 직후인 2020년 12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승리가 사기라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거짓말에 동조하지 않았고 둘은 그때부터 갈라섰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자들의 2021년 1월 6일 의회 폭동에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으며, 이번 대선에서 공화당 상원 지도부 다수가 이미 트럼프 진영으로 넘어갔는데도 아직 트럼프 지지를 선언하지 않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통적인 보수주의자들이 미국의 국익에 중요하다고 생각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 동맹과 무역협정의 가치를 경시하고, 이민 문제에 강경하게 대응하는 등 공화당의 극우 성향을 강화했는데 이는 매코널 원내대표가 지향하는 공화당의 가치와 달랐다고 AP통신은 설명했다.
최근에도 매코널 원내대표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강경파의 반대에도 상원에서 민주당과 협력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한 추가 안보 예산안을 가결처리했다.
그는 "난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이 로널드 레이건이 이야기한 '언덕 위의 빛나는 도시'를 보존하는 데 꼭 필요하다고 그 어느 때보다 더 강렬하게 믿는다. 내가 이 지구에서 숨 쉬는 한 난 미국의 예외주의를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언덕 위의 빛나는 도시'는 레이건 전 대통령이 제시한 미국의 비전으로 미국이 모두가 우러러 보는 특출하고 우월한 나라라는 '미국 예외주의'(American exceptionalism)를 상징하는 표현이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2027년 1월에 끝나는 상원의원 임기는 마칠 계획이다.
그의 보좌진은 원내대표 사임 결정이 건강과는 관련 없다고 설명했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작년 3월 넘어져 뇌진탕 진단을 받고 입원했으며, 작년 7월과 8월에는 두차례나 기자회견 중 말을 하다가 돌연 멈추고 수십초 간 멍한 상태로 있는 모습을 보여 건강이상설이 불거졌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이날 사임 계획을 발표하는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지만, 최근 아내의 막내 여동생이 사망한 게 성찰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매코넬 원내대표의 사임 계획 발표는 올해 81세로 고령 논란 속에 대통령 재선 도전에 나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올해 84세인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이 오는 11월 하원의원선거재출마를 선언해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도전에 힘을 실어준 것과 대비되는 효과를 예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매코널 원내대표는 1985년 상원에 처음 입성했으며, 2006년에 공화당 원내대표가 됐다. 그는 9번 연속 원내대표에 선출되면서 상원 역사상 최장수 원내대표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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