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철 H&A 본부장 "시장 진입장벽 높아…오랜 기간 준비"
美 IRA법으로 에너지 고효율 제품 확대 기대…"경쟁사도 발빠른 대응"
(라스베이거스=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LG전자가 미국 기업 간 거래(B2B) 생활가전 시장에 대한 사업 공세를 강화해 3년 이내에 업계 '톱3' 수준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LG전자는 2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북미 최대 주방·욕실 전시회 'KBIS 2024'에서도 B2B 시장의 주된 거래선인 주택 건축업자(Builder·빌더)의 관심을 사로잡는 데 주안점을 뒀다.
류재철 LG전자 H&A사업본부장(사장)은 지난 27일 KBIS가 열리는 라스베이거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혁신적인 생활가전 기술과 서비스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해 미국 B2B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적인 맞춤형 고객경험을 제공하는 빌트인 제품, 차별화된 에너지 고효율 기술력과 스마트홈 솔루션을 앞세워 2026년까지 미국 B2B 생활가전 시장의 톱3로 도약하겠다"라고 강조했다.
현재 미국의 생활가전 시장 규모는 약 400억달러(약 53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B2B 시장은 약 20%에 달하는 70억달러(약 9조3천억원) 수준이다.
현 B2B 업계 5∼6위권인 LG전자는 전통 강자인 제너럴일렉트릭(GE) 가전 및 월풀과 함께 톱 3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방침이다.
대형 유통업체를 통해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와는 달리 B2B 시장에서 생활가전은 주로 건축업자를 통해 건축 현장에 공급되는 게 특징이다.
류 사장은 "B2B 시장은 관계가 한번 맺어지면 '록인'(Lock-in) 효과로 인해 웬만해선 관계가 잘 바뀌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이 때문에 사업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한 번 형성된 거래관계가 좀처럼 바뀌지 않는 B2B 시장의 특성은 반대로 높은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
앞서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도 올해 초 'CES 2024' 행사 간담회에서 "사업의 한계를 돌파하고 질(質)적 성장을 가속해야 한다"며 B2B 시장의 제품 포트폴리오를 정교화하고 사업 잠재력을 극대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LG전자는 B2B 시장 경쟁력 확대를 위해 건축업자 전담 조직인 'LG 프로 빌더'를 신설하고 B2B 시장에 맞춘 물류 시스템을 별도로 갖췄다.
또한 최고급 제품군 브랜드인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SKS)부터 일반형 가전까지 다양한 제품군을 갖춰 고급 주택이나 1인 가구, 대가족 등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에 대응할 수 있는 맞춤형 솔루션을 건축업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게 했다.
미국 동부(뉴저지)와 서부(나파밸리)에 건축업자를 대상으로 한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쇼룸을 두고 있으며 내년 중 중부(시카고) 지역에도 쇼룸을 추가한다는 계획이다.
류 사장은 "미국 생활가전 B2B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오랜 준비를 해왔다"라고 설명했다.
정규황 LG전자 북미지역 대표는 "B2B 시장은 진입장벽이 높아 하루아침에 진출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니다"라며 "기존 업체들이 맺어온 독점 계약을 타파하는 게 쉽지 않지만 지난 1년간 조직을 갖춘 만큼 진입장벽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류 사장은 미국에서도 화석연료 사용과 탄소배출을 줄이는 전기화(electrification) 및 친환경 트렌드와 수요가 커지고 있다며 이를 기회로 삼는 전략을 펼치겠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이르면 올해 2분기부터 히트펌프 기술이 적용된 냉난방기와 가전 구입 시 세제 혜택이나 보조금이 지원될 예정이다.
류 사장은 "가전업체 중에서 전기화 대응을 위한 제품군을 가장 잘 준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에너지 효율화에 민감하지 않았던 미국 가전업체들마저 최근 에너지 효율화에 대해 대응 속도를 높이고 있다며 경계감을 표했다.
류 사장은 "원래 북미 시장에서 에너지 효율화는 우선순위가 떨어졌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그럼에도 눈에 잘 보이진 않지만 그 안에서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GE 가전이 에너지 솔루션 업체 서번트와 제휴해 에너지 효율화 시스템을 선보인 게 대표적이다. 류 사장은 "과거의 GE답지 않게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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