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가족 등 기밀정보 탈취 시도…야당 대표 "중국 조직이라는데 돈 건다"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호주에서 전직 의원이 외국 정보기관에 포섭돼 총리 가족 포함, 유명 인사의 기밀 정보를 빼내려 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29일(현지시간) 호주 AAP 통신 등에 따르면 마이크 버지스 호주안보정보원(ASIO) 원장은 전날 수도 캔버라에서 열린 연례 위협 평가 보고 연설에서 외국 첩보 조직이 호주를 표적으로 삼고 있으며 한 전직 의원을 포섭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버지스 원장은 이 정치인이 총리 가족을 포섭하고 첩자에게 소개하려 시도했지만, ASIO에 발각돼 차단됐다며 "그는 외국 정권의 이익을 위해 국가와 정당, 전직 동료들을 팔아넘겼다"고 말했다.
다만 이 정치인의 구체적인 신분은 밝히지 않았다.
또 이 사건이 일명 '내정 간섭 금지법'이 통과되기 전에 발생한 일이어서 해당 정치인은 기소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호주는 2017년 노동당 소속 상원 의원이 중국 공산당과 관련 있는 중국인 사업가에게 정치자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자 이를 막기 위해 해외 로비스트들이 내정에 간섭할 경우 형사처벌하는 내용의 법을 만들었다.
버지스 원장은 또 외국 첩자들이 컨설턴트, 헤드헌터, 지방 정부 공무원, 학자, 연구원 등으로 위장하고 있으며 학생과 학자, 정치인, 사업가, 사법기관, 공무원 등을 표적으로 삼아 정보 제공 대가로 수천달러를 지불하고 내부 자료를 제공하면 추가로 돈을 주기로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버지스 원장은 호주에 대한 외국의 간섭 위협이 사상 최고 수준이라며 "위협은 현실이며 지금도 존재한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깊고 광범위하다"고 경고했다.
그의 발언이 나오자 호주 정계에서는 야당을 중심으로 첩자로 활동한 정치인을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야당인 자유당의 피터 더튼 대표는 "전직 정치인이 노동당 소속이고 외국 첩보 조직은 중국 조직이라는 데 내 돈을 걸겠다"며 "이름을 밝히지 않는다면 다른 모든 사람을 의심하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리처드 말스 국방부 장관은 전직 정치인에 대한 추측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신분을 공개하지 않은 ASIO의 결정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맬컴 턴불 전 총리의 아들인 알렉스 턴불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버지스 원장이 말한 총리의 가족이 자신인 것 같다며 당시 그는 이런 접근에 아무런 관심을 표명하지 않았고 이를 즉시 당국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자유당 소속의 맬컴 턴불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29대 호주 총리를 지냈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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