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순간 확 꺾일 수도…의무보유 확약률 낮다는 건 단기 투자용이란 의미"
"일본 주가 상승은 단기 부양책 아닌 지속적인 기업지배구조 개혁의 성과"
"파두 논란 후 깐깐해진 상장심사…투자자 신뢰 그만큼 커질 것"
(서울=연합뉴스) 임은진 기자 = "공모주 열기가 뜨겁지만 저는 영 불안하네요."
기업 홍보 컨설팅 업체인 IR큐더스의 이종승 대표는 4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공모주 쏠림 현상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NH투자증권[005940] 리서치센터장을 역임했다.
기업공개(IPO)를 돕는 입장에서 최근의 열기가 반가울 법도 한데, 오히려 반대되는 반응에 의아하다고 하니, 그는 "기관의 의무 보유 확약률을 보면 그렇다"고 말했다.
의무 보유 확약은 공모주를 배정받은 뒤 일정 기간 매도하지 않고 보유하겠다는 약속으로, 이전에는 이 비율이 높았는데 최근 들어서는 많이 낮아졌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일례로 2022년 'IPO 초대어'로 꼽혔던 LG에너지솔루션[373220]의 경우 의무 보유 확약률이 60%에 육박했다. 확약 기간도 장기인 6개월이 40%를 훌쩍 넘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이 비율이 한 자릿수대로 낮아졌고 올해 첫 대어급 상장사라고 하는 에이피알마저도 29% 정도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더욱이 지난 12월께부터 상장 첫날 소위 '따따블'(공모가의 4배)을 기록하는 공모주가 속속 등장하면서 공모주 시장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여기에 지난해 일부 초대형 기업의 IPO 보류로 공모주에 투자하려고 대기하던 자금이 공모 규모가 비교적 작은 기업에 몰리면서 활황처럼 보이는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올해 상장한 기업의 공모 규모는 대부분 1천억원 이하다.
이 대표는 "지금 공모주에 들어오는 자금은 전반적으로 단기 투자용이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올해 들어 스팩을 제외하고 IPO에 응한 기업의 공모가가 모두 희망 밴드 상단을 초과했어요. 기관 투자자의 수요가 몰렸다는 의미죠. 공모주 시장이 활성화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의무 확약률을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이러한 자금은 단기 수익을 위해 시장에 확 들어왔다가 어느 한 기업의 IPO가 조금이라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일순간 빠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지금은 뜨겁지만 일순간 확 꺾일 수 있어 개인적으로는 불안합니다."
이 대표는 공모주 시장이 투자자가 중장기 관점으로 참여하는 건강한 시장이 되려면 결국 '본진'인 증시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증시 활성화를 위한 첫발을 뗐다는 데 의미를 뒀다.
이 프로그램이 효과를 내려면 긴 시간 지속해서 종합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그는 역설했다. 공시도 강화해 정보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최근 일본의 주가 상승은 단기적 주가 부양책의 결과물이 아니라 '저성장 극복 위한 성장 전략'의 일환으로 장기간에 걸쳐 종합적, 지속적으로 준비하고 실행해온 기업지배구조 개혁 노력의 성과"라고 말했다.
"일본은 금융 당국 주도로 스튜어드십 코드 및 기업지배구조 코드 정착을 위해 2015년 9월부터 2023년 4월까지 모두 28차례에 걸쳐 지속해서 후속 회의를 열었습니다. 이 회의에는 금융 당국과 법무부, 경제산업부 같은 정부 부처를 비롯해 학계, 상장 기업, 운용 업계, IR(기업 홍보) 업계 등 다양한 분야 관계자가 모여 기업지배구조 코드를 점검하고 개선책을 논의했습니다. 치밀한 사전 준비를 통해 장기간에 걸친 노력의 결과인 것이죠."
특히 그는 금융 당국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예고 이후 국내에서는 '저 PBR(주가순자산비율)주 찾기' 열풍이 일었지만, 일본은 "PBR 1배 미만 기업뿐 아니라 1배 이상인 기업도 자본 비용을 상회하는 자본 수익성을 달성하면서 지속적인 성장을 하도록 대응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 증대 중심의 일과성 대응이 아니라 지식 재산 및 무형 자산의 창출로 연결되는 연구 개발 및 인적 자본, 설비에 대한 투자, 사업 포트폴리오 재검토 같은 경영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위한 근본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이 대표는 또 지난해 '파두[440110] 사태' 이후 당국의 꼼꼼해진 심사에 IPO를 준비 중이던 일부 기업이 상장을 철회해 아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까다로운 심사를 통과해 상장된 기업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가 그만큼 커질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파투는 지난해 IPO를 진행하면서 제시한 추정치와 크게 차이가 나는 매출액을 기록하면서 투자 설명서에 투자 위험 요소를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금융 당국은 IPO 시장의 재무 정보 투명성을 강화하기로 했다.
그는 "규정상 상장 예비 심사 기간은 45일인데, 파두 논란 이후 심사가 깐깐해지면서 길어지고 있다"며 "비교적 짧은 기간에 심사가 통과됐다면 금융 당국이 해당 기업은 문제가 없다고 본 것으로 이해해도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그는 공모주 투자 시 동종 기업(peer group)에 대한 평가도 주목해서 볼 것을 당부했다.
동종 기업 선정이 적합한지, 또 평가는 적정한지를 판단해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투자자가 공모주에 중장기 투자를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각 증권사의 리서치센터가 상장 후 적정 가격까지 보고서에 제시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공모 시장 같은 경우 회사 소개 리포트는 많지만 과연 이 회사가 상장한 뒤에 적정한 가격이 얼마인지를 알려주는 리포트는 별로 없어요. 상장 후 적정 가격을 알 수 있다면 지금처럼 단기 투자성 자금이 몰리는 현상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eng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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