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MP "과학기술협정·와인 수입금지 해제 등 논의"…리창 총리, 6~7월 방문 가능성도
(서울·베이징=연합뉴스) 홍제성 기자 정성조 특파원 = 중국의 외교 수장인 왕이 중국공산당 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이 내달 말 호주를 방문, 양국 간 민감한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9일 보도했다.
신문은 이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 왕 위원의 호주 방문이 3월 초 개막하는 중국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끝난 뒤 이틀 일정으로 이뤄질 예정이라고 전했다.
다른 소식통은 왕 위원이 호주 수도 캔버라와 최대 도시 시드니를 하루씩 방문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방문은 2018년 호주가 미국 요청으로 중국 화웨이에 불이익을 가한 이후 극심한 갈등을 겪던 양국이 지난해 11월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의 방중을 계기로 무역이 정상화되는 등 해빙기를 맞은 상황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이에 대해 호주 외교부는 "외국 정부 고위 관료들의 방문은 적절한 시기에 발표될 것"이란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고, 호주 총리실과 내각은 언급을 거부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현재 당신(기자)이 언급한 구체적인 문제에 관해 내가 발표할 수 있는 소식이 없다"고 즉답을 피했다.
다만 마오 대변인은 "중국은 중국-호주 관계의 발전을 중시하고, 호주와 층위별·영역별 교류를 강화할 용의가 있다"면서 "협력을 추진하며 이견을 적절히 처리해 양국의 전면적 전략 동반자 관계가 한 단계 발전하도록 추동할 용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SCMP는 왕 위원이 호주에서 논의할 민감한 현안으로 새로운 과학기술협정 체결 문제와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 현안, 중국에서 간첩 혐의로 사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중국계 호주 작가 양헝쥔 박사 문제 등을 꼽았다.
한 소식통은 "중국이 호주산 와인과 바닷가재 수입금지 해제를 대가로 호주가 과학기술협정에 서명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며 이 문제가 왕 위원 방문의 중요한 현안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학기술 협정의 경우, 미국 변수가 있다. 미국은 40년 넘게 이어져 온 미중 과학기술협정(STA)이 지난 27일 자로 만료됐지만, 이를 없애야 한다는 대중 강경파 의원들의 반발 등을 고려해 연장에 난색을 보이면서 호주가 중국과 유사한 협정을 체결하는 데에도 부정적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호주의 최대 수출 시장이었지만 양국은 보수 성향인 스콧 모리슨 전 호주 총리 집권기(2018.8∼2022.5)에 심각한 갈등을 겪었다.
2018년 호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요청에 따라 5세대 이동통신(5G) 통신망 사업에서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참여를 배제했고 이에 중국은 호주산 와인과 소고기, 보리, 석탄 등 10여 개 제품에 고율 관세를 물리는 등 맞불을 놓으며 보복에 나섰다.
호주 총리로는 7년 만에 이뤄진 앨버니지 총리의 작년 11월 중국 방문을 전후해 중국은 목재와 보리 등 호주 주요 수출품에 대한 고율 관세를 폐지하는 등 무역 정상화에 나섰으나 여전히 와인과 랍스터 수입은 허용하지 않고 있다.
SCMP는 또 다른 소식통을 인용, 리창 중국 총리가 6~7월께 호주를 방문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j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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