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경험자의 '저출산'…"워킹맘 현실 또 겪고 싶지 않아"
(세종=연합뉴스) 민경락 박원희 기자 = 서울에 사는 워킹맘 박수진(40) 씨는 두살 아이와 함께하는 하루하루가 행복하다. 아이를 위해 형제가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도 가끔 한다.
하지만 아직 둘째를 가질 계획은 '전혀' 없다.
육아휴직으로 뻥 뚫린 1년 이상의 커리어 공백은 여전히 버거워 '한 번 더'는 좀체 엄두가 나지 않는다.
경제적인 부담도 크다. 부모 급여 등 국가 지원이 늘고 있다는데 육아에 전념하기 위해 맞바꿔야 하는 소득 감소분을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설사 주변 모든 것들이 바뀐다고 해도 그녀의 나이 '마흔'은 바뀌지 않는다. 일과 병행하기에는 출산은커녕 육아도 버거울 수 있는 나이다.
박 씨는 "아이는 줄고 있다는 데 병원이든 유치원이든 어디를 가든 '오픈런'을 해야 하는 현실은 그대로"라며 "워킹맘으로 겪었던 일들을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다"고 털어놨다.
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둘째 이상 출생아 수는 전년보다 1만2천448명 줄어든 9만1천700명으로 사상 처음으로 10만명을 밑돌았다.
2018년 15만3천656명을 기록한 둘째 이상 출생아는 5년 만에 40.0% 급감했다. 같은 기간 첫째아 감소 폭(20.0%)의 두배를 웃도는 속도다.
20여년 전만 해도 둘째아 이상 출생아 수는 첫째아를 크게 웃돌았다.
2000년 33만6천명이었던 둘째 이상 출생아 수는 2004년 처음으로 첫째아 수에 추월당했고 격차는 매년 더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첫째와 둘째 이상 출생아 수 격차는 4만6천600명으로 집계됐다. 2019년 약 2만2천명에서 5년 만에 두배 넘게 커지는 등 최근 특히 증가세가 가파르다.
둘째 이상 출생아 수 감소는 출산·육아를 경험한 부모의 '저출산' 현상이라는 점에서 첫째아 감소세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애초 출산·육아에 긍정적인 생각을 가진 부모들이 '현실 육아'를 경험한 뒤 출산을 포기하는 현상이 반영됐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결혼 연령이 늦어지면서 출산 연령이 상승하는 점도 둘째 이상 출생아 수가 줄어드는 이유로 꼽힌다.
지난해 여성의 평균 출산연령은 33.6세로 매년 상승하고 있다. 둘째아 평균 출산연령은 34.4세로 첫째아(33.0세)보다 1.4세 많았다.
박진아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첫째 출생아 수 감소가 결혼 건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면 둘째 이상은 고된 육아 경험이 더해진 결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표> 연도별 첫째아·둘째 이상 출생아 수 (명)
┌────┬─────────┬──────┬───────┬───────┐
│ 연도 │ 전체 출생아(A+B) │ 첫째아(A) │둘째아 이상(B)│ 차이(B-A) │
├────┼─────────┼──────┼───────┼───────┤
│ 2023 │ 230,000 │ 138,300 │91,700│ -46,600│
├────┼─────────┼──────┼───────┼───────┤
│ 2022 │ 249,186 │ 144,951 │ 104,148│ -40,803│
├────┼─────────┼──────┼───────┼───────┤
│ 2021 │ 260,562 │ 145,039 │ 115,434│ -29,605│
├────┼─────────┼──────┼───────┼───────┤
│ 2020 │ 272,337 │ 149,211 │ 123,005│ -26,206│
├────┼─────────┼──────┼───────┼───────┤
│ 2019 │ 302,676 │ 162,352 │ 140,170│ -22,182│
├────┼─────────┼──────┼───────┼───────┤
│ 2018 │ 326,822 │ 172,833 │ 153,656│ -19,177│
├────┼─────────┼──────┼───────┼───────┤
│ 2017 │ 357,771 │ 187,854 │ 168,817│ -19,037│
├────┼─────────┼──────┼───────┼───────┤
│ 2016 │ 406,243 │ 212,932 │ 192,365│ -20,567│
├────┼─────────┼──────┼───────┼───────┤
│ 2015 │ 438,420 │ 228,637 │ 208,562│ -20,075│
├────┼─────────┼──────┼───────┼───────┤
│ 2014 │ 435,435 │ 225,393 │ 209,043│ -16,350│
├────┼─────────┼──────┼───────┼───────┤
│ 2013 │ 436,455 │ 224,807 │ 210,895│ -13,912│
├────┼─────────┼──────┼───────┼───────┤
│ 2012 │ 484,550 │ 248,933 │ 234,571│ -14,362│
├────┼─────────┼──────┼───────┼───────┤
│ 2011 │ 471,265 │ 239,596 │ 230,606│-8,990│
├────┼─────────┼──────┼───────┼───────┤
│ 2010 │ 470,171 │ 235,473 │ 231,663│-3,810│
├────┼─────────┼──────┼───────┼───────┤
│ 2009 │ 444,849 │ 230,275 │ 211,861│ -18,414│
├────┼─────────┼──────┼───────┼───────┤
│ 2008 │ 465,892 │ 242,097 │ 220,339│ -21,758│
├────┼─────────┼──────┼───────┼───────┤
│ 2007 │ 496,822 │ 264,024 │ 229,353│ -34,671│
├────┼─────────┼──────┼───────┼───────┤
│ 2006 │ 451,759 │ 233,161 │ 214,815│ -18,346│
├────┼─────────┼──────┼───────┼───────┤
│ 2005 │ 438,707 │ 225,090 │ 209,906│ -15,184│
├────┼─────────┼──────┼───────┼───────┤
│ 2004 │ 476,958 │ 241,710 │ 231,226│ -10,484│
├────┼─────────┼──────┼───────┼───────┤
│ 2003 │ 495,036 │ 243,079 │ 247,125│4,046 │
├────┼─────────┼──────┼───────┼───────┤
│ 2002 │ 496,911 │ 240,410 │ 252,224│11,814│
├────┼─────────┼──────┼───────┼───────┤
│ 2001 │ 559,934 │ 265,952 │ 291,664│25,712│
├────┼─────────┼──────┼───────┼───────┤
│ 2000 │ 640,089 │ 301,424 │ 336,556│35,132│
└────┴─────────┴──────┴───────┴───────┘
※ 출처 : 통계청 국가통계포털
roc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