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공습으로 남편·쌍둥이 남매 모두 숨져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10년 만에 어렵게 얻은 쌍둥이와 남편까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하루아침에 잃은 어머니의 사연이 전해졌다.
4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에 사는 여성 라니아 아부 안자(29)는 전날 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집이 무너지면서 5개월 된 쌍둥이 남매와 남편을 잃었다.
아부 안자는 당시 밤 10시께 아들 나임에게 모유 수유를 한 뒤 한쪽 팔은 나임, 다른 쪽엔 위삼을 안고 하루를 마무리하던 중이었다. 바로 옆엔 동갑내기 남편이 자고 있었다.
결혼 10년 만에 3차례 시험관 시술을 거쳐 어렵게 얻은 쌍둥이라 이들 부부의 자식 사랑은 각별했다.
일용직 노동자였던 남편은 본인 이름을 따 딸의 이름을 지었을 정도로 딸을 자랑스러워했다고 아부 안자는 말했다.
단란했던 가정이 부서진 건 순식간이었다. 밤 11시께 공습으로 폭발이 발생했고 집이 무너졌다.
아부 안자는 "비명을 질렀다"며 "그들은 모두 죽었다. 아이들 아빠는 나를 남겨둔 채 아이들을 데리고 떠났다"고 회상했다.
그는 아이들과 충분한 시간을 누리지 못했다며 "내게 가장 소중한 사람들을 잃었다. 이곳에 살고 싶지 않다. 이 나라를 떠나고 싶다. 전쟁에 지쳤다"고 호소했다.
당시 공습으로 같은 집에 있던 아부 안자의 친인척 11명도 숨졌다. 9명은 잔해에 묻혀 실종됐다. 사망자 중 6명은 어린이, 1명은 임신부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공습과 관련해 "국제법을 준수하고 민간인 피해를 줄이기 위해 실현 가능한 예방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AP는 이스라엘군이 개전 이래 정기적으로 주거 밀집 지역을 공격해온 데다 한밤중 예고도 없이 공습을 가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가 전투원이나 무기를 주거 지역에 배치한 탓에 이 같은 공격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가자지구 보건부 집계에 따르면 가자지구 사망자는 최소 3만명에 이른다. 이들 중 4분의 3은 여성과 어린이다.
han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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