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화요일' 하루 앞두고 콜로라도주의 자격 박탈 판결 만장일치 뒤집어
대법 "대선 후보 자격 박탈은 의회의 일"…트럼프 "미국을 위한 큰 승리"
대법관, 헌법 14조3항 추가 입법 여부 이견…메인주, 트럼프 경선 배제 철회
(워싱턴=연합뉴스) 김경희 특파원 = 미국 연방대법원이 4일(현지시간) 공화당 유력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출마 자격 유지를 결정했다.
대법원은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출마 자격을 박탈한 콜로라도주 대법원 판결을 만장일치로 뒤집었다.
대법원은 판결에서 헌법은 개별 주에 연방 업무에 출마하는 대선 후보의 자격 박탈권을 허락하지 않았다면서, 이 같은 책임은 주가 아닌 의회에 귀속된다고 명시했다.
다만 출마 자격 박탈의 이유가 됐던 내란죄 연계 문제에 대해서는 별도 판단을 피했다.
콜로라도주를 포함한 15개주에서 일제히 경선이 치러지는 '슈퍼 화요일'을 하루 앞두고 이 같은 결정이 나옴에 따라,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가도를 막고 있던 장애물을 제거하며 백악관 복귀를 위한 '날개'를 달게 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판결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유력 경선 주자로서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미국 대법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임명된 3명의 보수 성향 대법관을 비롯해 6대3의 보수 우위로 재편된 상태다.
앞서 콜로라도 대법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사기' 주장으로 지지자들을 선동해 2021년 1월 6일 의회에 난입하도록 한 것을 반란 가담 행위라고 보고 콜로라도주의 경선 투표용지에서 그의 이름을 빼라고 판결했다.
이는 헌법을 지지하기로 맹세했던 공직자가 모반이나 반란에 가담할 경우 다시 공직을 맡지 못한다고 규정한 헌법 14조 3항을 적용한 판결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에 불복해 연방대법원에 상소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 워싱턴 DC 공화당 코커스(당원대회)에서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에게 처음으로 패배했지만, 이달 중 무난히 공화당 대선 후보 자리를 확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뉴욕타임스(NYT)는 "비록 대법관들마다 각기 다른 이유를 제시했지만, 판결 자체는 만장일치였다"고 보도했다.
다만, 대법관들은 세부 결정까지 의견의 일치를 보지는 못했다. 5명의 보수 대법관들은 부대 의견에서 의회가 문제의 헌법 14조 3항과 관련해 구체적인 부자격자에 대한 추가 입법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소니아 소토마요르 등 3명의 진보 성향 대법관들은 "개별 주가 내란 연계 혐의를 받고 있는 대통령 후보의 경선 자격을 박탈한 것에 대해서만 판단해야 한다"며 "다수 법관의 제안은 이를 한참 넘어서는 것이며, 이는 미래 대통령 후보의 자격 박탈을 제한하는 데까지 이른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곧바로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미국을 위한 큰 승리"라고 자축 메시지를 게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어 마러라고 자택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이렇게 빠른 결정을 내린 대법원에 감사하다"면서 재임시 활동을 문제삼아 퇴임 후 처벌해서는 안된다며 자신이 퇴임 대통령의 면책 특권을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도 대법원을 노골적으로 압박했다.
'슈퍼 화요일'에 역시 경선을 치르는 메인주는 판결 직후 트럼프 전 대통령을 프라미어리(예비 경선) 후보에서 배제한 결정을 철회했다.
역시 비슷한 소송을 진행 중인 일리노이주 역시 동일한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통신은 "대법원의 콜로라도 문제에 대한 이번 결정은 매우 빠르게 이뤄졌다"며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0년 대선 뒤집기 시도에 대한 특검의 기소와 관련한 면책 특권 문제 심리의 느린 속도와 대조되는 일"이라고 지목했다.
대법원은 '퇴임 대통령은 재임 중 행위에 대해서 면책 특권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워싱턴 DC 항소법원의 판결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불복해 항고한 사안에 대해 내달 심리할 예정이다.
WP는 이번 미국 대선처럼 대법원의 결정이 핵심적 역할을 했던 적은 2000년 이후 없었다고 평가했다.
앞서 2000년 대선에서 공화당 조지 W. 부시 후보와 민주당 앨 고어 후보가 박빙으로 맞붙었을 당시, 대법원은 재검표 중단을 명령해 부시 후보에게 승리를 안긴 바 있다.
kyungh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