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탁 교수, 부양 영상 등 제시…공신력 있는 검증 필요 의견 나와
전문가들 "학회 발표가 학술적 인정 의미 아냐…아직은 주장 단계"
(서울=연합뉴스) 나확진 조승한 기자 = 상온·상압 초전도체 'LK-99'를 만들었다고 주장한 국내 연구자들이 다른 상온·상압 초전도체를 새롭게 개발했다며 관련 연구 결과를 해외 학회에서 공개했다.
이들은 영상을 통해 이 새 물질이 초전도체의 특성인 자석 위 공중 부양을 보였다며 다른 연구실을 통해 '제로(0) 저항'을 측정하는 재현 실험도 했다고 밝혔지만, 과학계에서는 여전히 공신력 있는 검증을 거치지 않아 이들의 주장을 제대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5일 엑스(X·옛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SNS) 따르면 LK-99 연구에 이름을 올렸던 김현탁 미국 윌리엄앤드메리대 연구교수는 현지 시각 4일 오전 8시 12분 미국 미니애폴리스에서 열린 미국물리학회(APS) 3월 학회 초전도체 세션에서 상온·상압 초전도체라고 주장하는 물질 'PCPOSOS'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발표는 앞서 초록에서 공개한 대로 PCPOSOS라는 물질이 제로 저항, 마이스너 효과(초전도체가 외부 자기장에 반발하는 현상), 자석 위에서의 부분 부상 등 초전도체 특성을 나타냈다는 주장이 담겼다.
특정 상황에서는 샘플이 자석 위에서 완전히 뜨는 공중부양을 보이기도 했다며 1천600배 확대한 사진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공중부양 영상 촬영과 제로 저항 실험 등이 'STCL'이라는 다른 연구실에서 진행됐다고 발표하며 다른 곳에서도 재현 결과가 나왔다는 걸 강조했다.
다만 제로 저항 데이터는 앞서 LK-99와 마찬가지로 잡음 신호가 커 명확히 알아보기 어려웠고, 검증 기관으로 소개한 STCL이 어떤 곳인지에 대해서도 별다른 설명이 없었다.
그는 이외에도 지난해 말 LK-99의 초전도체 가능성을 제시한 중국 연구자들의 이름을 발표 자료에 싣고 연구도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수는 이 물질이 자석 위에서 완전히 뜨지 않고 일부만 뜨는 부분 부상 현상을 보이는 것에 대해 자석의 자기장이 불균일해 나타난 것으로 이것이 2종 초전도체에서 나타나는 특성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PCPOSOS는 산화구리(CuO)와 황화구리(CuS) 두 개로 분해되며 자신이 초전도체를 설명하기 위해 만든 이론인 'BR-BCS'에 따라 내부 초전도상이 황화구리에 의해 나온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발표 마지막께 PCPOSOS의 제작방법을 이날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아카이브'에 공개한다며 여기에 제조법을 자세히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발표 현장에서는 인파가 몰려 방청을 원한 일부는 발표장 내부에 들어갈 수 없을 정도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연구자들은 소셜미디어에 발표 자료를 실시간으로 올리는 등 큰 관심을 보였지만 지난해 LK-99 발표에 비해 크게 진전된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는 평이 많았다.
특히 LK-99 개발진이 학회 발표를 택하면서 상온 상압 초전도체 샘플을 현장에서 공개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도 컸지만, 영상 공개만을 택하면서 실망했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날 엑스에 현장 사진을 올리고 발표 질의응답에도 참여한 체코 카렐대의 페트르 체르마크 박사는 "나에게는 새로운 것은 아니었다"며 "이런 거동을 설명하는 것은 다상(상이 두 가지 이상인) 재료"라고 의견을 남기도 했다.
그는 "강연이 그렇게 많은 새로운 정보를 가져오지 않았다"며 "모든 것은 여전히 추측적이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의 강연이 후 같은 세션에서 미국 휴스턴대 연구팀은 LK-99 재현 결과 보이는 특이한 현상들이 황화구리 불순물의 구조적 전이와 관련돼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YNAPHOTO path='AKR20240305004600017_04_i.jpg' id='AKR20240305004600017_1101' title='샘플의 제로 저항 설명하는 김현탁 연구교수' caption='[엑스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국내 전문가들은 이번 학회 발표가 학술적으로 발표 내용을 인정받는다는 의미는 아니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한국초전도저온학회장인 최경달 한국공학대 교수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학술대회 발표는 일정한 요건만 갖추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으로 학회에서 그 내용을 인정했다거나 승인 절차를 밟았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상온 상압 초전도체를 실제로 개발했으면 표준연구원과 같은 제3의 기관에서 해당 물체의 물성만 측정하면 쉽게 검증될 것이고, 논문을 발표할 때도 그와 같은 기관의 측정치를 함께 제시하면 더 신뢰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저자들이 아직 그렇게 하지는 않고 있어 아직은 주장일 뿐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앞서 초전도저온학회에서 LK-99 검증위원장을 맡았던 김창영 서울대 교수도 "학회 발표는 신청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으로 학회에서 그 내용을 인정해 준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이번 발표 역시 현재는 주장에 머무르고 있다는 게 정확한 표현일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특히 김 교수 등이 초록에서 PCPOSOS가 보이는 자석 위 부분 부상이 '2종 초전도체'라서 그렇다고 설명한 것과 관련해서는 "다른 초전도체 영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완전히 공중 부양하는 고온 초전도체(절대온도 30도 이상에서 초전도성을 보이는 물체)는 모두 2종 초전도체"라며 부분 부상이 2종 초전도체의 특성이라는 말은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결정 구조를 X선 회절로 분석해 내놓거나 해야 하는데 그런 데이터가 없으면 초전도체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며 "초록대로라면 작년과 실험 데이터가 크게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shj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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