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구호품 공중투하 시작했지만 물량 한계로 '미봉책' 지적
"백악관, 해상 통한 구호물자 전달 방안 고려 중"
구호단체들은 "휴전이 유일한 방안…정치적 해법 찾아야"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다섯 달 가까이 이어진 전쟁으로 기아 위기에 직면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식량 등을 전달하기 위해 미국과 유럽, 중동 국가들이 구호품 공중투하 등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의 잦은 공습과 검문으로 육로를 통한 전달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당장 급한 불을 끄기 위한 것이지만, 휴전 등 근본적 해결책 없이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 중동 국가들은 최근 가자지구에 식량 등 구호 물품을 공중에서 투하하는 작전을 개시했다.
이날 벨기에는 가자에 구호품 공중 투하를 위한 항공기를 보냈으며, 미국은 지난 2일 3만8천여명분의 군용 식량을 가자에 공중 투하했다.
이에 앞서 프랑스와 네덜란드, 영국 등 유럽 국가와 요르단, 이집트, 아랍에미리트(UAE) 등도 가자에서 식량 등 구호품 공중 투하 작전을 진행 중이다.
유엔(UN)과 인도주의 단체들은 어떤 형태로든 지원이 이뤄지는 것은 환영한다는 입장이지만, 공중 투하로 전달할 수 있는 구호품의 양이 현재 가자의 굶주림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공중 투하 방식은 구호 트럭에 비해 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가 백신과 같이 온도 조절이 필요한 특수한 구호품은 전달이 불가능하다.
조너선 크릭스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 대변인은 "공중 투하 방식이 육로를 통한 구호품 전달을 대체하거나 그 중요성을 간과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며 "육로 전달은 구호품을 대규모로 전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는 해상을 통한 구호품 전달에 대해서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정부 고위 관리들이 구호품 전달 양을 늘리기 위한 해상 경로 구축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며 "아직 논의가 발전되는 단계지만, (해상 전달이) 공중이나 육로를 통한 구호품 전달을 보완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가자지구로 구호품을 보내는 해상 통로를 만들자고 주장했던 니코스 크리스토두리데스 키프로스 대통령도 미국과 함께 해상 경로 구축 방안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전날 밝혔다.
다만 가자의 해안 대부분은 현재 항구 등 기반 시설이 부족해 배가 정박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환경에서도 미국이 해상 전달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은 가자의 인도주의적 위기가 그만큼 절박한 상황으로 치달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폴리티코는 짚었다.
미국이 공중이나 해상 전달과 같은 '미봉책'을 연이어 꺼내 든 것은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 최소화를 위해 이스라엘을 설득하려는 노력이 전혀 먹혀들지 않은 데 따른 결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백악관은 최근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 및 인질 협상이 타결되도록 양측에 압박을 가하고 있지만 협상은 좀처럼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가자의 구호품 전달에 대해서도 백악관은 "인도적 지원이 방해받지 않고 이뤄질 수 있도록 이스라엘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고, (그렇게) 해야 한다"며 이스라엘의 협조를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유엔 등 인도주의 단체들은 가자에 반입되는 구호물자가 전쟁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휴전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Oxfam)의 정책 책임자인 부시라 칼리디는 WSJ에 "(분쟁 당사자가 아니라) 제3자인 국가들이 (가자지구 문제에) 정치적 해법 대신 기술적 해법을 찾으려고 하고 있다"며 "우리는 임시방편을 넘어 팔레스타인 주민의 일상이 되어버린 집단적 처벌과 구조적 기아를 끝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wisef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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