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트럼프의 고령·사법 리스크 등 약점 보완할 부통령 후보 주목
트럼프, 자신에게 충성하는 부통령 원해…스콧·노엄·애벗 등 후보군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대선 경선 주요 분기점인 '슈퍼 화요일'에 승리해 재대결을 사실상 확정하면서 이들과 함께 뛸 부통령 후보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특히 바이든(81)과 트럼프(77) 둘 다 나이가 많은 데다 트럼프의 경우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힐 수 있어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하지 못할 경우 부통령이 그 자리를 대신해야 하는 만큼 부통령 후보가 역대 어떤 선거보다도 더 중요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간 대통령 후보들은 자신과 함께 출마하는 '러닝메이트'인 부통령 후보를 선택할 때 자신의 약점을 보완해 득표에 도움을 줌으로써 당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느냐를 주로 고려해왔다.
이 때문에 대통령 후보와 다른 인종, 성별, 지역, 종교, 계층이나 계파의 인사를 부통령 후보로 두는 경우가 잦았다.
백인이자 고령인 조 바이든 대통령이 2020년 대선에서 흑인이자 인도계이며 여성이고 상대적으로 젊은 카멀라 해리스 당시 상원의원을 러닝메이트로 선택한 이유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재선 레이스에도 해리스 부통령과 함께 도전한다.
해리스 부통령이 바이든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긴 하지만 그 역시 인기가 많지 않다는 게 문제다.
이 때문에 공화당 대선 경선 주자들은 '바이든을 찍으면 해리스가 부통령이 된다'는 메시지로 민주당을 공격해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아직 부통령 후보를 발표하지 않았다.
관례대로라면 보통 마지막 주별 경선을 마치고 그 결과를 집계해 당의 후보를 공식 선출하는 전당대회 전에 부통령 후보를 공개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로 부통령 후보 발표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간 발언과 행동을 볼 때 그는 부통령 후보의 여러 덕목 중 충성심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는 관측이 나온다.
첫 임기 때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을 인증하지 말라는 지시를 이행하지 않아 자신을 '배신'한 마이크 펜스 당시 부통령과 달리 무리한 지시를 내리더라도 따를 사람을 부통령 후보로 둘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 여러 정치인이 부통령 후보군으로 거론되는데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인터뷰에서 팀 스콧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 기업가 비벡 라마스와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바이런 도널즈 하원의원(플로리다), 크리스티 노엄 사우스다코타 주지사, 털시 개버드 전 하원의원(하와이) 등이 명단에 있다고 확인한 바 있다.
경선 경쟁자였다가 트럼프 지지로 돌아선 스콧 의원은 미국 언론에 부통령 후보로 자주 거론된다.
공화당 유일의 흑인 상원의원인 스콧은 경선 사퇴 뒤 트럼프를 위해 적극적으로 유세했으며 이런 그를 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기를 홍보할 때보다 나를 훨씬 더 잘 홍보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경선 사퇴 뒤 트럼프 지지를 선언하긴 했지만, 경선 기간 쌓인 갈등의 골이 여전히 깊다는 관측이 있다.
'리틀 트럼프'를 자임한 라마스와미는 애초 부통령 자리를 노리고 대선 경선에 뛰어든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왔다.
흑인인 도널즈 의원은 2020년 하원에 입성한 신인으로 공화당 내 강경 우파로 평가된다.
노엄 주지사는 2018년 사우스다코타의 첫 여성 주지사로 선출되면서 전국적 인지도를 확보했고 특히 코로나19 확산 기간에 마스크 착용 규제 등 정부의 방역 조치를 무시해 주목받았다.
털시 개버드 전 하원의원은 '다크호스'로 거론된다.
의회의 첫 힌두교 의원이었던 그녀는 원래 민주당 소속으로 2020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 참여하기도 했지만 이후 보수 진영으로 전향해 2022년 탈당했다.
트럼프 탄핵 변호를 했고 그의 '대선 사기' 주장을 열렬히 옹호한 엘리즈 스테파닉 하원의원(뉴욕)도 자주 거론된다.
여성인 스테파닉 의원은 아이비리그 명문대학의 반유대주의를 조사하는 하원 청문회에서 대학 총장들을 거세게 몰아붙여 주목받았고 트럼프 전 대통령도 지지자들에게 "엘리즈가 매우 유명해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레고리 애벗 텍사스 주지사도 명단에 있다고 확인했으며 그를 "굉장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애벗 주지사는 멕시코 국경을 통해 넘어오는 불법 이주민을 막기 위해 바이든 행정부와 충돌까지 불사하며 강경 정책을 펼쳤다.
이밖에 J.D. 밴스 상원의원(오하이오), 카리 레이크 상원의원 후보,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 헨리 맥매스터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 사라 허커비 샌더스 아칸소 주지사, 벤 카슨 전 주택도시개발부 장관,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부 장관 등이 거론된다.
당초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도 거론됐으나 그가 경선을 일찌감치 포기하지 않고 트럼프와 계속 맞선 탓에 가능성이 작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헤일리 전 대사는 과거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부통령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차기 대권에 대한 야심이 적은 인물을 부통령 후보로 선택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할 경우 임기가 4년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강력한 부통령'이 내각에 있으면 조기 레임덕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는 얘기가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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