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체스의 '전설' 가리 카스파로프(60)가 러시아에서 '극단주의자'로 지정됐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금융감독청(로스핀모니토링)은 6일(현지시간) 카스파로프를 테러리스트 및 극단주의자 명단에 올렸다.
이 명단에 오른 사람은 개인 은행 거래에 제한받고, 계좌를 사용할 때마다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소련 시절인 1963년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태어난 카스파로프는 1985년 22세에 세계 최연소 체스 챔피언으로 등극, 20년간 정상의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역대 가장 뛰어난 체스 선수로 꼽히는 그는 인공지능과 인간의 대결에서도 주목받았다. 1996년 IBM 슈퍼컴퓨터 '딥블루'와 체스 대결에서 승리해 인간의 자존심을 지켰으나 이듬해 재대결에서는 패했다.
2005년 은퇴를 선언한 이후에는 인권운동가로 변신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판하는 등 반정부 운동에 앞장섰다.
2011년 반푸틴 시위에 참여한 그는 이듬해 반체제 여성 펑크록 그룹 푸시 라이엇의 석방 운동을 펼치다 구속된 뒤 2014년 러시아를 떠나 미국에서 망명 생활을 했다.
그는 2022년에는 러시아 당국에 스파이를 의미하는 '외국 대리인'(foreign agents)으로 지정됐다.
이날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 코롤료프 법원은 러시아군에 대한 가짜뉴스를 유포한 혐의로 루스뉴스 소속 로만 이바노프 기자에게 징역 7년 형을 선고했다. 이바노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을 비판했다고 AFP 통신은 설명했다.
또 러시아 내무부는 이날 미국 온라인 매체 '워싱턴 이그재미너'의 톰 로건 기자를 수배 명단에 올렸다.
로건은 2018년 러시아 본토와 크림반도를 연결하는 크림대교가 개통했을 때 다리를 폭파하라고 조언하는 기사를 작성해 러시아 수사당국에 형사입건됐고, 지난달에는 로스핀모니토링의 극단주의자 명단에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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